[KPGA]대구 출신 조민규 “고향에서 우승하고 싶다”…상금 전액 기부

입력 2016-10-19 12:29

올 시즌 일본투어(JGTO)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본에서만 2승을 거둔 조민규(28·타이틀리스트)가 20일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16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우승을 열망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대구경북오픈은 2008년 헤븐랜드CC(현 롯데스카이힐 성주CC)에서 열렸던 연우헤븐랜드오픈 이후 8년 만에 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리는 KPGA 투어 정규대회다.

일본 투어에 주력하고 있는 조명규는 고향인 대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같은 기간 일본에서 열리는 상금 규모가 훨씬 큰 대회에 불참한다.

조민규의 고향은 대구다. 지금도 대구·경북 지역에 친·인척과 지인들이 많다. 조민규는 대구 성동초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놀러 갔다가 골프를 처음 접했다. 이후 1998년 11월 박세리가 주최한 ‘세리배 골프대회’ 가 대전 유성컨트리클럽에서 열렸고, 이때 대회에 참가한 김성윤(34)의 플레이를 보고 매료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친의 사업으로 가족이 모두 필리핀으로 이동하면서부터 조민규는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연습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 할아버지의 말에 이끌려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한다.

2006년 아버지, 형과 함께 일본으로 날아간 조민규는 작은 대회에 참가하면서 시합 감을 익히다가 경험 삼아 출전한 일본투어 큐스쿨에서 덜컥 합격하며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조민규는 “그때는 지금처럼 일본투어에 한국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김종덕, 장익제, 허석호, 이동환 등의 선배 선수들이 뛰고 있었고 함께 큐스쿨을 통과한 선수 중에는 정준, 김형태, 이승호 선수들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2007년에 이어 2008년 역시 큐스쿨을 통해 일본투어에서 활약한 조민규는 2008년 8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2008년에 일본투어 상금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 시드를 잃고 큐스쿨에 응시했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큐스쿨에 도전했지만 이마저도 떨어져 한국과 일본 모두 투어카드를 얻지 못했다. 특히 KPGA 코리안투어 큐스쿨 예선전 때는 마지막 18번홀에서 7m를 남겨두고 쓰리 퍼트를 해 매칭스코어카드 방식 끝에 고배를 마시는 불운을 겪었다.

2009년을 KPGA 챌린지투어(2부투어)에서 활약하며 절치부심한 조민규는 다시 일본투어 큐스쿨에 도전했고, 기어코 합격증을 손에 쥐는 뚝심을 보였다.

2010년 일본투어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가능성을 보인 그는 서서히 실력을 끌어올린 뒤 마침내 2011년 ‘간사이오픈’ 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알렸다.

2012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 이 일본에서 개최되었고 조민규는 한국 대표 선수로 선발돼 한국팀의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대회 첫 째날 포섬 스트로크 플레이로 장익제(43)와 호흡을 맞춘 조민규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멋진 칩인 버디를 잡아냈고, 이 장면은 그 해 KPGA 코리안투어 ‘베스트 샷’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9월 일본투어 ‘후지산케이 클래식’ 에서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 료(25)의 추격을 따돌리고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컵을 품에 안은 조민규는 골프장이 아닌 야구장(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3일 그의 고향인 대구를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경기 시작 전 시구를 했다. 조민규는 “삼성 라이온즈 소속의 승엽이형과 친분이 있는데 승엽이형이 ‘우승하게 되면 시구 한 번 하라’ 고 계속 얘기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우승을 하자 승엽이형에게 연락이 왔고 시구를 하게 됐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골프도 야구처럼 대중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조민규는 꾸준히 KPGA 코리안투어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의 ‘KPGA 선수권대회’ 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출전하고 있고, 이번 ‘2016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까지 합하면 올 시즌 다섯 번째 국내무대 참가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고는 있지만 저의 뿌리는 한국입니다. 한국 시합이 많아지고 투어가 활성화되어야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고 해외로 진출할 것”이람 “한국에서 우승하고 싶은 꿈도 있지만 KPGA 코리안투어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2016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대회를 앞두고 조민규는 획득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고향에서 개최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출전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 아직 얼마의 상금을 획득하게 될지 모르지만 더 많은 기부를 위해서라도 순위를 끌어올릴 작정”이라고 말했다.

조민규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대회장에 오셔서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KPGA 코리안투어가 다시 일어서고, 국내 골프 시장이 살아난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도 멋진 플레이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