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연모한다. 그러니 제발 내 곁에 있어라.’
붙잡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 약속된 18부는 눈 깜짝할 새 흘러가 버렸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막을 내렸으나 그 진한 여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18일 ‘구르미 그린 달빛’ 최종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 하이라이트를 정리한 ‘별전’이 방송됐다. 출연 배우들이 촬영 비하인드와 소감을 각각 전했다.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큰 것 같고(박보검)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김유정). 촬영 시작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진영) 끝난다니 마음이 아파요(채수빈). 시즌2를 하면 어떨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곽동연).”
박보검은 “다 같이 촬영할 때마다 거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를 회상했다. 김유정도 “다들 밝고 재미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니까 그 행복한 기운이 드라마 속에 다 묻어나더라”고 말했다.
눈길을 끈 건 박보검과 김유정이 직접 뽑은 명장면과 명대사. 박보검은 “그런 대사들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줄 몰랐는데 이렇게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웃었다. 좀처럼 잊기 어려운 그 기억들을 기록해봤다.
#강한 임팩트, 라온 독무신
남장내시로 살던 홍라온(김유정)이 곤경에 빠진 왕세자 이영(박보검)을 돕기 위해 무녀로 분장하고 진연에 나간 장면. 300여명의 인원이 투입돼 3일 동안 촬영했다. 김유정은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다”며 “감독님께서 춤이 아니라 눈빛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하셔서 비주얼보다 감정을 위주로 연기했다.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보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쾌발랄 영온 커플, 구덩이신
만난 지 얼마 안 된 영과 라온이 구덩이에 함께 빠져 투닥거리던 신이다. 박보검이 첫 번째 명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그때만큼은 정말 라온이는 라온이대로 이영은 이영대로 각자의 감정에 충실했던 것 같다”며 “이영 캐릭터를 확실히 잡을 수 있었던 신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로맨틱의 절정, 풍등신
“아무래도 풍등신 그림이 정말 예뻤죠. 이영이 라온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열면서 표현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박보검이 꼽은 두 번째 명장면. 그는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풍등이 떨어지면 불 날까봐 일일이 주워 오셨다. 다들 분장하고 풍등을 직접 날리기도 했다. 그게 또 하나의 추억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네 소원 이뤄달라는 게 내 소원’이라는 명대사도 이 장면에서 나왔다. 그리고….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풍등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라온이 김윤성(진영)과 떠나려하자 영은 이렇게 말했다. 워낙 기억에 남는 대사가 많아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던 박보검이 애써 꼽은 명대사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라온이를 ‘내 사람’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라서 (반응이 컸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유정도 “라온이에게는 ‘내 사람이라고? 뭐야?’라는 정도로 다가왔겠지만 (다른) 여성들이 봤을 때는 가장 설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인정했다. 정작 본인은 “연습할 때 하도 많이 들어서” 실제 촬영할 때 큰 감흥은 없었단다.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지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김유정은 라온이 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에 잠든 세자를 바라보며 홀로 읊조리던 이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아 시시했던 일들도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지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김유정은 “누가 들어도 공감이 될 만한 대사가 아닐까 싶다. 속으로 많이 울었다. 막상 입 밖에 꺼내니 더 슬프더라”고 얘기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과 이별하는 지금, 한 장면 한 장면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일지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