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끌고 곽동연 밀고… 구멍이 없었네 [구르미 종영②]

입력 2016-10-19 09:00
'구르미 그린 달빛' 출연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영, 김유정, 박보검, 채수빈, 곽동연.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18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초반부터 심상찮은 반응을 몰고 온 드라마는 시청률 20% 훌쩍 뛰어넘으며 명실상부한 화제작으로 기록됐다.

이 빛나는 종영 뒤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확실히 제 몫을 해낸 배우들이 있었다. 두 주연 박보검(23) 김유정(17)이 반짝이는 달이었다면, 진영(25·B1A4) 곽동연(19) 채수빈(22) 정혜성(25) 등은 이들을 한층 빛나게 해준 구름이었다.

#연기력 논란 없는 아이돌, 진영
그룹 B1A4 멤버 진영은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권력자 김헌(천호진)의 손자이자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죽마고우인 명문가 도련님 김윤성 역을 맡았다. 홍라온(김유정)을 짝사랑하는 윤성은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킨다. 진영은 이런 애절한 감정을 절제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작품만 보고선 그가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썩 괜찮은 신인배우가 나온 모양’이라고 여겼을 테다. 당초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긴가민가하는 반응이 많았으나 진영은 보란 듯이 선입견을 깨버렸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게 흔히 따라 붙는 연기력 논란조차 일절 없었다.


#눈빛만으로 불꽃 카리스마, 곽동연
“병연아….” 이영의 대사가 사무치게 애절했던 건 병연과의 합이 그만큼 좋았다는 얘기다. 영의 오랜 벗이자 호위무사인 병연 역을 맡은 곽동연은 캐릭터를 훌륭히 그려냈다. 많은 대사 없이도 눈빛과 표정만으로 충분했다. 영의 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던 장면은 아직도 쓰라린 여운을 남긴다.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로 데뷔한 곽동연은 이번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종영 직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유독 더웠던 여름날을 찬란한 작품과 함께해 더없이 행복했다”며 “구르미 식구들끼리 구름사이에 떠 있는 달을 보며 항상 작품을 추억하자고 얘기했다. 여러분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악역일 줄 알았다면 오산, 채수빈·정혜성
여느 드라마 같았으면 분명 악역이었을 테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달랐다. 세자빈 조하연(채수빈)과 영의 여동생 명은공주(정혜성)는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다. ‘기 빨림’ 따위 없는 강 같은 마음씨의 소유자들이었다.

하연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영의 마음을 존중해 세자빈의 자리를 내놓고 떠났다. 그런 하연의 감정을 채수빈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깔끔한 마스크를 지녀 박보검과의 투샷 어울림도 좋았다.

정혜성은 귀여운 명은 캐릭터를 십분 소화해냈다. 초반 살집이 있는 설정 때문에 한 여름 더위에 분장을 해야 했으나 그조차 행복했다는 그다. 정혜성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