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업고 하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그 중심에는 배우 박보검(23)과 김유정(17)이 있었다. 넘치도록 싱그러운 둘의 ‘케미’는 월요병을 날려버리는 활력소가 됐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18일 방송된 마지막 회까지 논란 한 점 없이 깔끔하게 끝을 맺었다. 독살 위기에 처했던 왕세자 이영(박보검)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홍라온(김유정)과 감격의 재회를 했다. 위독했던 김병연(곽동연)도 의식을 되찾았는데 안타깝게도 김윤성(진영)은 짝사랑하는 라온을 지키려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왕좌를 노리던 영의정 김헌(천호진)과 그를 따르던 무리는 모두 죗값을 치렀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손자 윤성마저 잃게 된 김헌은 자결을 택했다. 영과 라온의 지극한 사랑을 알게 된 조하연(채수빈)은 세자빈의 자리를 내놓고 궁을 떠났다.
왕위에 오른 영은 백성과 신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선정을 베푼다. 그리고 역적의 딸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난 라온과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간다. 코스모스가 만개한 꽃밭을 배경으로 한 두 사람의 키스신은 그야말로 완벽한 엔딩을 완성했다.
지난 8월 22일 첫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경쾌한 작품 분위기와 발랄한 캐릭터가 한 데 어우러져 기존 사극과 다른 재미를 선보였다. 연기력과 비주얼을 두루 갖춘 박보검과 김유정이 기대 이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서로의 신분을 모르고 만나 벗으로 우정을 쌓던 두 사람이 서서히 마음을 열고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은 그저 흐뭇했다. 그러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이별을 택하던 순간은 애달팠다. 그 모든 감정들은 박보검과 김유정의 연기로 인해 한층 깊어졌다.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해사한 미소를 지을 때 시청자도 웃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때 함께 울었다.
박보검과 김유정에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로서의 능력은 물론 작품을 이끄는 주연으로서의 역량까지 증명해보였다.
인기는 덤이었다. 방영 기간 내내 두 배우는 드라마 출연자 가운데 최고의 화제성과 영향력을 자랑했다. 각종 지표에서 매번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각종 CF 제안이 물밀 듯 이어지는 상황이고, 몸값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박보검은 송중기의 뒤를 잇는 대세로 떠올랐다. ‘보검 매직’ 혹은 ‘보검 앓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린 그가 초고속으로 ‘응팔’ 꼬리표를 떼어버린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출연진들이 시달리던 ‘응답의 저주’ 또한 박보검만은 빗겨갔다.
지난 5월 대본 리딩부터 치열했던 5개월여간의 여정을 마친 두 주연은 애틋한 소감을 전했다. 박보검은 “우리 ‘구르미 그린 달빛’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드라마로 잊지 말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김유정은 “종영 이후에도 가끔 한 번씩 생각나는 싱그러운 드라마로 여러분의 가슴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허하오. 잊지 마시오. 시청자 여러분은 내 사람입니다.” 박보검의 말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