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다원주의 심화되는 한국사회서 교회봉사가 해답"

입력 2016-10-19 00:01 수정 2016-10-19 00:09
한국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셋째날인 18일 2016디아코니아코리아조직위원회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에서 ‘한국교회 자원봉사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승훈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왼쪽 두번째)가 18일 한국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자원봉사 콘퍼런스에서 한국교회의 봉사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날 이승훈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교회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지원체계 거버넌스 모색’ 발표에서 “한국사회가 개인주의와 다원주의의 심화로 공동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공공성을 지닌 사회봉사와 연대활동을 통해 기독교 문화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갖고 있는 의미를 분석하고 한국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바라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이처럼 현대인들은 주변 사람과 교류가 없는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으며, 가치의 다양성, 다원주의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개인의 이익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 협력해서 사회 공동체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공동체의 위기라는 말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현대사회의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의 이해관계를 넘어 어떻게 공공성을 지향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사회 치유책으로, 정부나 기업에서 하지 못하는 보조적 역할로 자원봉사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사회학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조직이 바로 교회다. 미국 같은 경우 시민사회 이야기를 하면서 교회와 기독교를 언급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그런 이야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사회봉사를 통해 사회변혁의 에너지를 다시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원봉사가 자발성, 무보수성, 공공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에 비춰볼 때 세상의 흐름과 반대되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종교는 현대의 흐름을 뛰어 넘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초월성을 실천할 수 있는 단체가 종교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부스에서 라이프호프 관계자들이 자살예방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근대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많은 것을 변혁시켰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 변혁적인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지금은 과거의 전통, 사회변혁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종교사회학자들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미체계로 신학과 현실세계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느냐를 본다”면서 “신학이 현실에 융해되면 사회변화 세력이라기보다 기존세력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신학이 현실과 분리돼 있으면 종말론 운동처럼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회변혁의 에너지가 사회봉사활동에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공공성이란 자신의 이해가치를 상대화하는 것이며, 연대성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범위를 넘어 사회전체에 대한 책임감과 문제의식을 가질 때 현대사회에서 대안세력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어떤 사람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되면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을 바라보게 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이것을 일종의 확장된 심성이라고 한다”면서 “이렇게 한 사람의 사고범위가 넓어지면 보편성 공공성 관점에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조절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협력하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회학적으로 개인주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공공성을 지향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라며 “개인주의화가 되면 자기 관점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종교적 회심 수준의 정체성 변화가 일어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의 봉사는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큰 자원을 갖고 있다”면서 “역설적이게도 자유함을 얻었지만 섬김을 위해 다시 종이되라는 갈라디아서 말씀은 성경이 갖는 신학적 자원”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들이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기획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그는 또 연대형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다원주의를 그대로 놔두면 사회적으로 무질서와 혼란이 야기 된다”면서 “가장 간단한 문제해결 방식은 다른 사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며, 그렇다고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니 상관없다’며 상대의 의견을 무작정 존중하는 것도 다름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는 것으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대성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활동,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참여의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참여를 함으로서 참여를 배운다’는 말이 있듯 연대성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참여”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양한 구성원과 만남을 갖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다보면 자신, 가족을 위한 행복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할 때도 행복할 수 있다는 현대인의 잊어버린 공공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크리스천은 세상을 담을 쌓거나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실용적 보편주의가 아닌 사회문제, 공공이슈에 대해 시민비평가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다양한 참여와 교육을 통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작은 성공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한국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