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 등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다만 ‘무용론’까지 불거졌던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처럼 정부가 나서도 ‘강남불패’는 이어질 것이라며 느긋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18일 찾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신반포 5차 재건축) 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업소 6곳은 조용했다. 2시간 동안 주변을 돌았지만 방문객은 없었다. 전화가 간혹 걸려와도 매수 문의 대신 매물을 내놓은 매도자가 현재 상황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래도 뚝 끊겼다. 최근 청약경쟁률 306.대 1을 기록하며 올해 수도권 청약률 최고기록을 갈아 치우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단지치고 허전한 모습이었다.
시장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매수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달 초부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매물 문의가 9월 대비 20% 줄었다”며 “본격적인 규제 정책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 공인중개업소 측은 “한때 수백통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많이 뜸해졌다”며 “정부 정책의 향방을 지켜보자는 눈치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위축된 시장에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에선 호가를 낮춘 매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42㎡ 기준)의 경우 지난주까지 저가 매물이 10억4000만원 선이었지만 18일 현재 이보다 최대 1000만원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의 잠실주공5단지(76㎡)는 시세보다 4000만원쯤 낮은 15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두 매물 모두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포동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심리가 형성돼 매수가 멈춘 상황”이라며 “호가를 조금씩 낮추는 매도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 자체가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집값이 오히려 올랐던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불확실성 탓에 호가 하락세가 나타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방안 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개입이 재건축 광풍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서초구의 D 공인중개업소 측은 “규제가 현실화되면 가격이야 조금 떨어지겠지만 일시적인 집값 붙들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물도 늘고 있고 손님도 꾸준하고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갈 곳 잃은 돈이 모이는 곳은 확실한 투자처인 집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과열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해당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현장을 안와보고 정책을 짜니까 주먹구구식으로 제도가 만들어지는데, 아무리 규제해도 강남은 올 사람들이 다 알아서 오기 때문에 소용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세환 허경구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