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둘, 인큐베이터 하나. 올 초 베네수엘라 동부 쿠마야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했다. ‘좀 더 건강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안겼다. 남겨진 아기는 며칠 못 가 숨졌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영아 1000명 중 18.6명이 첫 돌이 되기 전에 숨진다. 6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15.4명)보다 높은 사망률이다. 최빈국 남수단, 콩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월부터 5개월 동안 영아 4074명이 숨졌다. 전년동기 대비 18.5%, 2012년 동기 대비 50% 늘어난 숫자다. 위험한 건 임산부도 매한가지다. 2012년에 비해 5배 많은 산모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적 추세와 반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더 이상 의료 관련 통계를 공표하지 않는다.
치솟은 영아사망률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의미한다. 한때 남미 국가의 롤모델이었던 무상의료는 껍데기만 남은 지 오래다. 경제난 이후 전체 의사의 20%인 1만3000명이 베네수엘라를 등졌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필수 의약품 80%의 공급이 여의치 않다. 상황은 영아에게 절망적이다. 항생제, 소독약은 물론 이유식도 부족하다. 단수도 빈번하다. 지난달 종이상자에 신생아를 눕힌 병동 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저유가로 극심한 어려움에 시름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영아사망률 전문가인 재닛 커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높은 영아사망률은 정부 기능이 고장난 곳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