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문재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입력 2016-10-18 17:09 수정 2016-10-18 17:48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충북 괴산 아이쿱 생협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대선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에 이어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두 사건은 모두 노무현정부가 임기 말 대북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근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대선 ‘재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고록 사건은 문 전 대표가 ‘친노(노무현) 프레임’과 결별하고 외연 확대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회고록과 문 전 대표 측 발언을 종합해보면 2007년 11월 당시 정부는 대북 화해 기조의 통일·정보라인과 국제 공조를 우선했던 외교 라인 사이 고심했던 정황이 역력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결정을 내렸다.

 회고록을 통해 ‘대북 결재’ 논란이 불거지자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가 참 건강했다. 누구나 토론에 참여했다. 박근혜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관계자 등이 문 전 대표는 초기 표결 찬성입장이었다고 회고했지만 스스로 “나는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들 그렇게(찬성)했다고 한다”며 모호한 설명을 내놨다. 이후 사실관계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18일 충북 괴산에서 가진 지지자 간담회에서도 “더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함구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앞선 17일 취재진과 만나 회고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행보는 노 전 대통령의 실질적 계승자 입장에서 나온 것들이다. 구체적 사실 관계를 밝힐 경우 자칫 노무현정부에 대한 불필요한 공격 구실이 될 것이란 염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근은 통화에서 “정부를 운영해 내면서 사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나. 정부라는 게 다 그렇다”라며 “회고록 문제는 모범 답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문 전 대표를 ‘노무현의 유산’에 가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대권 경쟁자들이 가장 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다른 측근은 “마치 노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당연히 그의 가치와 철학은 계승하되 과오는 극복하는 것이 우리 과제”라며 “이를 이룩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도 “NLL 대화록과 달리 지금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닌 문 전 대표 본인의 대선 과정 관리 문제”라고 평가했다.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차별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측근은 “지금은 노무현정부와 대내외 사정이 모두 다르다. 국가 정책을 얘기하다 보면 기회가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제가 앞서가니까 두려워서 저런다. 10년 전 일로 색깔론 펼치는 게 먹히겠느냐”며 “군대도 제대로 안 다녀온 사람들이 걸핏하면 종북 타령이다. 새누리당은 안보를 말할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괴산=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