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박고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를 근처를 지나던 시민이 추격해 붙잡았다.
지난 16일 부산 남구 용당동 동명오거리 교차로에서 광안대교에서 신선대부두 방면으로 진행하던 그랜저 차량이 맞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산타페 차량을 들이받았다.
앞쪽 범퍼가 크게 내려 낮았는데도 사고를 낸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자 피해 차량의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그 순간, 가해 차량이 차를 슬그머니 후진하는 척 하더니 방향을 틀어 달아났다.
피해 차량 뒤편에서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임채혁(21)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뺑소니 차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임씨는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글을 게재했다. 그는 "운전자를 보니 눈이 풀려있어서 음주운전이라고 생각했다. 직감적으로 뺑소니 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잠시 차선을 막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서 임씨는 뺑소니 차량을 뒤쫓으며 경찰에게 "은색 그랜저고 부경대 용당 캠퍼스 쪽으로 지금 도망가고 있다"며 차량번호와 위치를 침착하게 알렸다.
추격도중 뺑소니 차량이 중앙선 가까이 미끄러지며 상대편 차량과 충돌할 뻔한 위험한 순간도 담겼다.
임씨는 "이대로 부산항대교로 올라가면 더 큰 사고가 나겠다 싶어서 1차로로 추월 후 룸미러로 후방주시하면서 진입로로 유도하며 길을 막았다"고 전했다.
빗길 속에서 약 3km 구간을 추격한 끝에 임씨는 부산항 대교 진입로에서 뺑소니 차량을 막아 세웠다. 하지만 그랜저 차량 운전자가 계속 도망가려고 하자 임씨는 차키를 뽑아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자신의 손에 들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임씨의 도움으로 그랜저 차량 운전자 김씨를 검거했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151%로 나왔다. 경찰은 김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임씨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피해자 분 차량의 블랙박스가 고장이 난 상태였다고 한다"며 "빗길에 상당히 위험했지만 막지 않았다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음준운전은 절대 안 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네티즌들은 "빗길 속에서 보여준 임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자칫 또 다른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추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대단하고 고맙다"는 반응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