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위로’ 할까요?” ‘한강 블루스’와 함께 한 무비토크

입력 2016-10-17 13:34 수정 2016-10-17 14:12
이무영 감독(왼쪽)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필름포럼에서 진행된 무비토크 행사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스크린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이 두 가지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놀랍도록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를 다 알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완전히 무너져 내 삶이 저주받았다고 생각할만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은 길을 내어 주신다는 것’을요.”
 이무영(52) 감독은 자신의 영화 ‘한강 블루스’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입을 뗐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 조성돈 목사)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필름포럼에서 마련한 무비토크 행사에서였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한강 블루스’는 자살을 시도하는 신부, 임신한 10대 가출소녀, 노숙자가 된 의사, 결혼을 준비하는 딸을 둔 트랜스젠더 아버지가 등장해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무비토크에서는 삶, 고통, 생명, 공동체에 관한 대화가 풍성하게 오갔다. 당연할 만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라이프호프의 자살예방 전문가 교육 과정 이수자와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였기 때문이다.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한 신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대놓고 기독교성을 펼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구해 준 노숙자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고 있을 삶의 고통과 상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불특정한 주체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모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은 신앙공동체가 지향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관통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 사랑과은혜교회(정원준 목사)에 출석하고 있는 이 감독은 “매일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우리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있을지를 생각하게 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더욱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괴로움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대단하지 않아 보이지만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경험한 ‘위로의 순간’도 고백했다. 이 감독은 “90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9일 동안 제작한 저예산 영화였지만 열악한 상황 가운데서도 촬영현장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아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주변인들과 일상 속 위로를 나누면서 그 위로를 통해 살아 역사하시는 주님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성돈 목사는 “90여분 간의 영화가 예고편이라고 느껴질 만큼 각 장면들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평가하며 “영화를 본 이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공감’ ‘위로’ ‘회복’을 이 영화의 키워드로 꼽았다. 상처를 안고 차가운 한강을 표류하고 있는 이들에게 애가(哀歌)이자 희망가(希望歌)가 돼 줄 ‘한강 블루스’ 속 대사를 소개한다.
 “이렇게 견딜 수 없는 슬픔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10대 가출소녀 마리아)
 “왜 못 살아요! 그보다 몇 배 더 아파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신부 명준)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