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40)씨는 위층 초등학생이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귀에 들리면 미간을 찡그리는 버릇이 생겼다. 밤낮없이 쿵쾅거리는 아이로 인해 평일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주말이나 휴일 아침이면 달콤한 늦잠을 방해받기 일쑤였다.
A씨는 잠을 설치는 새벽이면 도무지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보복한다는 심정으로 위층과 맞닿은 천장을 향해 분노의 막대기를 두들겨 댔다.
“어디 한 번 당해봐라”는 심정으로 이따금 ‘보복소음’을 가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위층에 사는 주민 B(41)씨가 찾아와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곤 했다. 멱살잡이를 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A씨와 B씨 가족간의 첨예한 갈등은 3년간 반복됐다.
그러다 두 가족은 지난 7월 극적으로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 다정한 이웃으로 관계를 회복했다.
광주시가 광주지방법원과 손잡고 개설한 마을분쟁해결센터가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판사와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한 분쟁해결센터는 화해지원회의에서 B씨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집안에서 되도록 소리 없이 걷도록 가르칠 것’과 거실바닥 등에 매트를 설치하도록 권유했다.
B씨는 그동안 보복소음에 대해 A씨 가족에게 사과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의 다툼이 아니라 차분한 토론을 거쳐 두 가족은 합의점을 찾았다.
광주시가 지난해 9월11일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마을분쟁해결센터가 생활갈등 해결사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센터는 아파트 층간소음과 골목길 주차, 쓰레기 투기에 관한 분쟁 등 이웃간 사소한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중재자가 되어 주고 있다. 소송 등 번거로운 법적 절차에 앞서 당사자간 대화로 다양한 분쟁을 원만하게 매듭짓도록 한다는 것이다.
센터는 지금까지 138건의 크고 작은 분쟁을 접수해 115건을 깔끔히 해결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이 90%이상을 차지한 생활분쟁은 층간소음 문제가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활누수 20건, 골목길 주차시비 13건, 애완견 소음12건, 층간 흡연 11건 등의 순이었다.
광주시와 광주지법은 지난 13일 센터 운영성과를 되돌아보는 개소 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서는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소통 우수사례 등이 발표됐다.
기념식에 참석한 윤장현 광주시장은 “분쟁해결센터는 주민자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율적으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별 ‘주민 소통방’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광주 마을분쟁해결센터 개소 1주년 만에 일상생활 해결사로 자리매김
입력 2016-10-17 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