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도부터 필리핀에서 태권도 선교를 하고 있는 김요한 선교사입니다.
저는 지난 9월에 필리핀 바기오 사역을 정리하고 마닐라로 새 사역지와 터전을 잡고 이사를 했습니다. 뉴스나 인터넷으로 한국의 지진 소식이나 또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로 내가 선교지에 와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필리핀 바기오에서 태권도 사역 가운데 만나게 된 사랑스러운 제자, 에릭(Eric), 저스틴(Justine), 파올라(Paula)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사랑하는 제자들은 바기오에서 1년 넘는 기간 동안 저에게 태권도를 배웠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꿈이 없던 아이들이 이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중 에릭은 미래에 자신도 태권도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얘기할 만큼 신앙이 성숙해 졌습니다. 에릭을 통해 부모님도 교회에 나오면서 가정이 믿음 안에서 변화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선교사로 부름 받아 사역하면서 이 보다 더 기쁠 수 있을까요?
에릭의 가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의젓한 에릭에게는 예쁜 여동생이 2명 있습니다. 그중 한명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입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할머니, 아빠, 엄마 이렇게 8식구입니다.
에릭의 집은 판잣집입니다. 이곳에는 에릭의 가정뿐 아니라 3가정이 판잣집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3가정 가운데 사랑하는 제자 저스틴과 파울라 남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빠가 없어 엄마가 모든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저스틴과 파울라는 태권도를 배워 힘든 세상으로부터 엄마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판잣집 울타리에 살아가는 아이들이 태권도를 통해 그들의 가정까지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구원자 주님을 만난 것이죠. 에릭과 에릭의 엄마, 여동생 2명, 저스틴, 파울라 그리고 저스틴의 형이 가끔씩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씩 이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격려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신앙 안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령으로 거듭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 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새로운 부르심을 받아 마닐라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자들에게 닥친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에릭이 살고 있는 판잣집이 팔려 오갈 곳 없이 길거리로 몰리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비록 집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판잣 집이지만 이들에게는 유일한 보금자리인데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입니다.
이유인즉 에릭 어머니의 남동생인 삼촌이 아무도 모르게 집을 팔아버렸다고 합니다. 이 판잣집의 명의가 삼촌 앞으로 돼있었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저 새 주인에게 나가라는 통보만 받았을 뿐 갈 곳도 없이 등 떠밀려 나가야하는 날까지 그저 버티고만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저의 부족한 말솜씨와 글 솜씨로 모든 상황을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 가정이 태권도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 비전을 찾게 되었고 꿈꾸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아가는 과정 중에 있고 그 가정 안에서 변화가 이루어져 가는데 집을 잃으므로 믿음과 희망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돕는 손길을 통해여 좋은 거처를 구할 수 있도록, 그리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통치하심과 주권을 인정하는 순종이 있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꼭 함께 중보 기도해 주세요. 여러분의 중보기도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땅끝에서]를 통해 글을 보냅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으니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