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섭정체제 시작… ‘행실 나쁜’ 와치라롱꼰 왕세자 1년 뒤 즉위

입력 2016-10-16 16:23 수정 2016-10-17 09:32
태국 국민들이 최근 별세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추모하기 위해 16일 수도 방콕의 왕궁에 모이고 있다. AP뉴시스

최근 서거한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이을 새 국왕은 1년 뒤 즉위하기로 했다.

태국 정치권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국왕의 부재로 향후 1년 간 실권을 쥔 군부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뿌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15일 밤 연설에서 와치라롱꼰(64) 왕세자가 푸미폰 국왕의 애도 기간이 끝난 뒤 왕위 계승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지난 13일 타계한 국왕의 애도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태국 국가입법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국왕 자문기구인 추밀원 대표인 프렘 틴술라논다(96) 원장을 임시 섭정자로 지정했다.

섭정자는 국왕 유고 시 차기 국왕이 선출될 때까지 국왕 선출 절차를 책임지는 자리다. 프렘은 1980~1988년 총리를 지냈고 1998년 추밀원장에 취임해 푸미폰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당초 1남 3녀를 둔 푸미폰 국왕은 1972년 아들 와치라롱꼰 왕자를 계승자로 지명했다. 때문에 와치라롱꼰이 즉위식을 서둘렀다면 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70년을 재위한 푸미폰의 서거에 국민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와치라롱꼰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아 전략적으로 즉위식을 유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와치라롱꼰은 왕족으로선 이례적으로 이혼을 했고, 문신이 보이는 속옷 차림으로 공항에 나타나는 등 행실이 나빠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섭정자로 지정된 프렘은 와치라롱꼰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프렘은 셋째 공주 짜크리 시린톤과 가깝다. 그는 와치라롱꼰과 가까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도 앙숙이다.

푸미폰 국왕이 이미 와치라롱꼰을 후계자로 정했기에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여론 추이와 와치라롱꼰의 행실에 따라 후계자가 바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국왕 서거 후 첫 주말을 맞은 15, 16일 방콕 시내 왕궁에는 수만 명이 모여 국왕을 애도했다. 왕실은 오는 28일부터 왕의 시신을 공개할 방침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