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이(가명∙17세)는 올 겨울이 두렵다. 여름철 폭염에도 시멘트 벽에 냉기가 돌아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머지않아 찾아올 혹한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인 다세대주택. 열 평 남짓한 공간이 모자 셋이(어머니, 형) 함께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나 햇빛이 들지 않고 곰팡이도 심해 천식과 기관지염을 달고 지낸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아버지가 남긴 부채까지 떠 앉고 있어 이사는 꿈도 못 꾸는 상황. 정부보조금 약간과 경로당에서 청소하는 어머니의 소득, 1백여만원 남짓한 생활비로 난방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눈 앞이 캄캄하다.
어머니의 식당 보조일 소득 50만원과 정부보조금 23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인 효진이(가명∙11세)네. 자가이긴 하나 1954년에 지어진 목조건물 주택은 기울어져 있어 태풍이라도 오면 금방 쓰러질 듯 위태하다.
단열처리가 안된 집은 외풍이 세서 한겨울이면 집안에서도 손이 시리다. 집 바깥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도 없는 욕실에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가뜩이나 예민해진 효진이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더욱 버겁다.
매년 겨울이면 난방비 걱정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최근에는 보일러마저 고장이 나 전기장판에 의지하며 겨울을 나야 할 판이다. 어머니가 일하러 가면 둘만 남게 돼 외로운 남매(효진이, 오빠)는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가 그리울 뿐이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으로 에너지 빈곤층에 묶인 국내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돕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이 10월 17일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올 겨울 난방비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작년 겨울과 지난 여름에 혹한과 폭염으로 고통받는 580여명의 저소득가정 아동들에게 총 3720만원의 냉난방비를 지원한 바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지역본부는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 올 겨울 저소득가정 아동 100명에게 난방비 30만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전남지역본부는 전남지역 22개 시군 1,170명 저소득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30만원씩 총 3억5천여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부산지역본부도 한국남부발전㈜(대표이사 윤종근)의 후원으로 총 1억원 규모의 난방용품(난방텐트, 이불)을 부산지역 저소득가정 500세대에 지원할 예정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10월 17일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에너지 빈곤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저소득가정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적어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기본요소가 갖춰진 상태에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에너지 빈곤층 가정을 계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빈곤층은 10가구 중 1가구인 178만 가구(2013년 기준, 빈곤∙비빈곤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에너지(전기료, 연료, 난방비)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