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대 재산을 숨기고 파산·회생 제도를 이용해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철(76) 신원그룹 회장이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의 사건을 파기 환송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1심과 2심은 박 회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었다.
대법원은 박 회장의 ‘사기 회생’ 혐의 일부에 적용된 법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회장은 2006년 4월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 비로소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며 “이 법이 시행되기 전 사기회생죄에서 정한 범죄 행위들을 했다고 해도, 법 시행 후의 행위들과 함께 ‘상상적 경합범’으로 묶어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이 2006년 4월 법 시행 전후의 행위를 전부 포괄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무자’의 의미와 그 적용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300억원대 재산을 차명으로 숨기고 개인 파산·회생 절차를 밟아 채권단으로부터 250억원 상당의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1심은 “박 회장의 범행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산·회생제도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것”이라며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2심도 “채무자로 가장해 파산 제도를 악용했다”며 징역 6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