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돌연사 위험 때문에 미국에선 금지된 위장약 성분인 ‘돔페리돈’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되는 병용 금기 약들이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16개월간 15만6135건이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기간 돔페리돈의 하루 최대 투여량인 30mg을 초과한 처방 4877건도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소아청소년과의 돔페리돈 병용금기 성분 처방 현황을 공개했다.
병용 금기약은 돔페리돈과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심실 부정맥 가능성이 있다. 특히 모유 수유중인 산모가 복용하면 신생에게까지 심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이런 병용 금기약이 무분별하게 처방된 것이다. 항생제 ‘클래리스로스마이신’이 6만610건으로 가장 많이 처방됐다. 또 알레르기 약인 ‘메퀴타진’은 3만9484건, 구역 구토약인 ‘메트클로프라미드’ 3만591건, 하생제 ‘아지트로마이신’ 1만4382건, 알레르기약 ‘에바스틴’ 5471건도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돔페리돈의 하루 최대 투여량인 30mg을 초과해 처방한 경우도 4800여건이 넘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허가사항을 초과했다”며 진료비를 삭감했다.
돔페리돈은 오심이나 구토 증상을 없애기 위해 위장관운동 촉진제 하나로, 미국에선 2004년부터 생산 및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그런데 국내에선 젖분비를 도와주는 최유제나 유방 확대 등 20여개 증상에 사용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월에야 허가 사항을 바꿔 구역 구토 증상 완화 목적으로만 쓰게 했다.
전 의원은 앞서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간 국내 산부인과에서 돔페리돈 성분이 처방된 건수만도 7만8361건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복지부와 식약처 등이 모두 돔페리돈 처방이 문제있다고 인정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돔페리돈이 최유제로 허가된 적 있느냐”는 전 의원 질문에 “없다. 부작용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성명서를 보면 임부 금기 약물은 돔페리돈 정제가 아니라 말레인산염 정제라는 데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두 정제 모두 부작용 우려가 있다. 성명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심평원 손명세 원장도 “그동안 의료기관이 최유제 등 허가 초과로 비급여로 사용하도록 승인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돔페리돈 부작용과 불법 사용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4일 2000여명의 의사 서명을 받아 전 의원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심평원 자료를 토대로 돔페리돈을 처방받은 7만8000여명의 환자가 모두 임부와 수유부인 것처럼 왜곡해 부풀렸다”면서 “실제로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기관 종별과 상관없이 산부인과에서 진료받은 환자에게 처방된 돔페리돈 성분의 의약품에 대한 자료로, 돔페리돈은 기본적으로 저용량으로 썼을 때 전혀 문제 없는 소화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돔페리돈 처방에 문제 있음을 인정하고 실태조사와 대책을 마련키로 해, 향후 사태 추이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것으로 보인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