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이 ‘2차 커뮤니티 대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네티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이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공할만한 힘을 불어넣는다.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갈등’ 이후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으로 전선이 잘게 쪼개진 ‘커뮤니티 전쟁’은 이제 오프라인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는 18년 전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선이 깔리면서 시작됐다. 친목 도모 수준이었던 커뮤니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사회 참여적 형태를 띠게 됐다. ‘오늘의유머’ ‘MLB파크’ 같은 거대 커뮤니티들은 각종 정치·사회 이슈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민주화, 인권, 자유, 상식 등을 중시하는 흐름이 대세였다.
비슷한 목소리를 내던 커뮤니티들은 이후 각 분파로 나뉘며 다른 의견을 쏟아냈다. 정치·사회 이슈 외에도 쇼핑, 엽기, 유머, 스포츠, 자동차, 토렌트(파일 공유 프로그램), 온라인게임, 연예정보 등에 열중했다.
다양한 의견과 다른 목소리는 때로 충돌로 이어졌다. 2010년 여혐과 극우논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일베저장소(일베)’가 생기면서 온라인 세상은 격류로 빠져들었다. 이른바 ‘온라인 1차 대전’이다. 이어 지난해 남혐을 표방한 ‘메갈리아’의 등장으로 여혐과 남혐의 격돌이 시작됐고 ‘클로저스 성우 교체 사건’을 거치면서 ‘온라인 2차 대전’으로 번졌다.
2차 대전은 기존의 ‘온라인 전쟁’과 다르다. 네티즌들은 필요하다면 자발적으로 오프라인 집회를 계획하고 거리로 나선다. ‘몰상식하다’ ‘편협하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굴하지 않는다.
지난 5월 ‘묻지마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인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이런 변화를 고스란히 증명했다. 추모를 위해 거리로 나온 네티즌들은 처음 보는 이들과 거리낌 없이 연대하거나 대립했다. 온라인에서만 유통되던 주장과 생각은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메갈 회원들은 몰래카메라 퇴출을 위한 집회를 열었고, 일베 회원들은 예비군과 현역 사병의 처우개선, 방산비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잉여’들의 안식처였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제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여론의 광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명인 인하대 국문학과 교수는 14일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진 갈등과 대립 등이 오프라인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새로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온라인은 지금 2차 대전중… 혐오, 한국을 뒤흔들다
입력 2016-10-14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