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8] 짝사랑이 지나치면 오기!

입력 2016-10-14 18:00

제 첫사랑은 특별하지도, 영화 같지도, 달콤하지도 않습니다. 평범하고 바보 같고 눈물만 많았죠. 중 2때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그 애만 좋아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지 모르죠. 누구는 이런 저의 사랑을 단순한 집착이라고 하고 누구는 대단하다고 감탄해요.

제 주변 친구들은 그를 두고 다들 싸가지 없고 볼품없는 남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저한테만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좋아하지 말라고 해도 저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라고 찾은 것 마냥 행복했습니다. 수다스럽진 않았지만 말도 잘 통했고요.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는 남들 말처럼 싸가지 없고 볼품없는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착하고 속이 깊은 면모가 눈에 띄었습니다. 친구들도 그런 그의 장점을 발견했는지 나중에는 다 같이 어울려 놀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 그런데 저는 그 친구를 갖기에는 너무 부족했나 봅니다. 지금 보니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 짝사랑 실패 법칙 1,3,5,6번이 다 제 이야기네요. 변명이지만 그때는 그 애가 너무 좋아서, 마냥 좋아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위의 경험담은 내 수업을 수강한 학생이 쓴 글이다. 왜 이렇게 짝사랑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가? 이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가져와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토론을 했는데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우선 문제의 글을 보자.

남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부담스러운 고백은?

1위 고백 멘트: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어.”
장소: 사람 많은 패스트푸드점

2위 고백 멘트: “나 너 진짜 사랑해”
장소: 인적 없이 단둘만 있는 곳

3위 고백 멘트: “너 없으면 안될 것 같아”
장소: 강의실처럼 친구들이 주변에 있는 곳

이 설문조사의 특징은 조사 대상이 남자라는 점이다. 조사결과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고백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고백을 거절하면 자신이 나쁜 놈이 된 것 같고 죄책감이 들어서 호감보다는 중압감을 느낀 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랑과 연애에 대해 가르치고, 또 많은 학생과 주변 사람들의 연애 상담을 하면서 사랑의 정도(正道)는 결국 진심임을 깨닫는다. 진심은 통한다. 그러나 방법이 잘못되면, 그 진심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이미 고백을 거절한 여자의 집 앞에서 날마다 기다리는 남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처량하게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그 여자는 진심을 느끼고 생각을 바꾸게 될까? 오히려 남자의 모습에 진심을 느끼고 남자의 태도를 스토킹으로 간주 할 수도 있다.

거절당한 남자는 그녀의 집 앞에서 매일 기다리지 말고 한동안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 보면 어떨까?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글로 담아 그녀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함으로써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노려보라.

최악의 짝사랑은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고 더 나아가 오기가 되는 경우다. 이렇게 오기로 이루어낸 짝사랑은 오랫동안 혼자 간직했던 사랑의 감정이 변질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에 대한 복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오기를 부렸는데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한 자괴감과 자기 파괴 성향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짝사랑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랑 그 자체에 아름다움과 삶의 기쁨이 있다. 그러나 짝사랑을 아름다운 연애로 바꾸고 싶다면 방금 위에서 설명한 성공법칙과 실패 법칙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혹은 잘못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도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연세대 스포츠 레저학과 전용관 교수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는 매주 금요일 연재된다. 이 칼럼은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혹은 사랑에 서툰 청춘들에게 훌륭한 연애 네비게이터가 되줄 것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