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성과 없이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혁신 임해달라”

입력 2016-10-14 16:00

SK그룹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새판 짜기’에 나선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들은 그동안의 사업구조 혁신 노력이 ‘변화를 위한 변화’, ‘익숙한 사업 틀을 벗어나지 않는 혁신’에 그쳤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SK그룹은 지난 12일부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박3일간 진행된 CEO세미나에서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은 ‘과감한 M&A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14일 밝혔다. ‘주요 사업조직의 중국·미국 등 글로벌 전진배치’, ‘핵심 사업의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IoT(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 등 신기술 확보’ 등도 주요 추진내용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6월 최 회장이 ‘서든데스(Sudden Death·급사)’라는 표현을 써 가며 사업방식과 기업문화 혁신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세미나에서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만이 아닌 CEO나 CEO 후보군이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한다”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며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등 글로벌 강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렌털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고, SK하이닉스는 IoT와 빅데이터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 중인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을 대비 중이다. SKC&C는 최근 IBM과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센터를 판교에 짓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CEO들은 세미나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장기적으로 중간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등 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CEO들은 계열사들이 자산을 합쳐 사업에 나서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과 같은 자산효율화 방안 시행에 의견을 모았다. SK그룹 내 각 위원회는 이런 계열사들의 혁신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한다.

 최 회장이 주문했던 ‘일하는 방식’에 관한 변화도 계속된다. 각 계열사는 사업의 특성과 인적구성, 근무형태에 맞는 HR(인사관리)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도입키로 의견을 모았다.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승진과 보상이 뒤따르도록 종전의 연공서열식 평가·보상 체계를 바꾸고, 회의·보고문화 개선, 복장자율화 및 자율업무시간 도입 등을 즉각 시행하면서 개선점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SK C&C는 ‘과장보다 월급 더 받는 대리’라는 슬로건을 걸고 성과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평일 반바지 근무, 종이로 된 문서를 없애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로 업무를 진행키로 결정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높은 의욕수준을 바탕으로 기존의 관행을 깨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패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