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월급쟁이들의 통장이 텅 비는 이유를 제시했다. 커피, 택시, 옷, 세일 그리고 덕질이었다. 고용부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누가 내 월급을 옮겼을까? 내 통장은 텅장! 텅텅 비었기 때무니지★”(‘때무니지’는 오타가 아니라 고용부가 쓴 그대로 옮긴 것임)라는 제목으로 카드뉴스 형식의 재테크 조언을 13일 올렸다가 급히 삭제했다.
통장이 텅장이 되도록 텅텅 비우는 범인, 첫번째는 커피라는게 고용부의 날카로운 지적(
고용부가 지명수배한 두번째 월급도둑은 택시였다. 노란 택시 앞에서 “오늘도 지각하면 나는 쥬금… 텅장이고 뭐고 일단 타자ㅠㅠ”라며 한 남성이 사이언 컬러의 양복과 넥타이를 맨 채 흐느끼는 그림을 올렸다. 세번째 범인은 옷. 한 남자가 분신술을 이용해 7명으로 분해 여러 스타일의 타이와 수트를 입어보며 “어째서 옷은 사도 사도 없는걸까”라고 읊조리는 모습이다. 네번째 범인은 세일, 다섯번째는 덕질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택시를 타야할 정도라면 법정근로시간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커피로 가산을 탕진할 정도로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근무환경엔 문제가 없는지, 시간외수당을 포함한 임금이 제때 통장에 입금되는지 살펴야할 고용부 본연의 업무는 언급이 없다.
이 카드뉴스를 본 직장인들은 “덕질 때문에 통장에 돈이 없다는건 저에겐 반박불가 팩트”라는 등 일부 수긍을 하면서도 “그러니까 돈 없는게 다 개인 탓이군”“MF사태도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온거라고 하던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거 하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고용부는 애초에 직장인들의 경제상황이 걱정돼 유머스럽게 조언을 해주려 한 듯 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14일 “페북을 담당하는 홍보대행사에서 직장인들의 얇아진 지갑을 소재로 연성콘텐츠로 만들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바로 내렸다”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