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화재사고 탈출 돕고… 부상자 후송하고… ‘빛난 의인들’

입력 2016-10-14 14:17
17명의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화재사고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부상자를 직접 병원으로 옮기거나 생존자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목격된 두 명의 의인은 부상자들을 도운 뒤 이름도 밝히지 않고 홀연히 떠났다.
 
 14일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고 직후 불이 붙은 버스에서 탈출한 부상자 4명은 한 남성의 의해 병원까지 이송됐다.
 
 이 남성은 사고 광경을 목격하고 부상자 4명을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에 태웠다. 그중 한 명은 발목이 완전히 부러진 중상자였다. 그는 환자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을 하며 119에 전화를 걸어 “어느 병원으로 옮기면 되느냐”고 물었다.

 119안내를 받아 남구 좋은삼정병원에 도착한 남성은 응급실로 뛰어들어가 “휠체어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사고 소식을 접하지 못한 병원 직원이 어리둥절한 채로 휠체어를 밀고 오자 차에서는 신체 곳곳이 그을리고 연기 냄새를 풍기는 부상자 4명이 내렸다.

 부상자가 응급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남성은 자신의 이름도 알리지 않은 채 병원을 떠났다.

 병원 직원은 “부상자를 이송한 남성은 울산이 목적지도 아니었는데 부상자 이송을 위해 울산으로 내달린 것 같다”면서 “자신을 교사라고 밝혔는데 별다른 말도 없이 돌아가 버렸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에서도 또 다른 의인의 희생이 목격됐다. 불이 붙은 버스 출입문이 콘크리트 분리대에 막히는 바람에 생존자들은 반대편 유리를 깨고 탈출해야 했다.

 이때 한 남성이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고, 이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하는 등 본인도 다쳤다. 그는 부상자들과 함께 울산 동강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가벼운 치료만 받고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 역시 주변에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사고로 사망자 10명은 현재 서울산보람병원 6구, 울산좋은삼정병원에 4구가 안치돼 있다. 사망자들은 화재로 인한 시신훼손이 심각해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 중이다.

 부상자 10명은 △이상윤(61·남) △박염이(59·여) △이순옥(60·여) △김성렴(63·남)(이상 울산좋은삼정병원) △김정준(60·남) △차혜순(55·여)(이상 울산대병원) △김정임(62·남) △진덕권(61·남) △이경철(43·남·가이드)(이상 서울산보람병원)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