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작가, 배우 그리고 연출가인 다리오 포가 13일(한국시간) 90세로 타계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포가 폐질환으로 밀라노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 다. 1997년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포는 20세기 코미디 풍자극의 대가로 실천하는 예술가이자 지식인의 표상으로 유명하다. 평생의 연극 동료였던 아내 프랑카 라메(1929~2013)와 함께 좌파와 페미니스트 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70여편의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트럼펫과 딸기’ ‘교황과 마녀’ ‘요한 패던과 아메리카의 발견’ 등이 있다.
1926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밀라노의 브레라 대학에서 건축과 미술을 전공했다. 2차대전 때 잠시 학업을 중단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는 소극장에서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51년 만나 3년 뒤 결혼한 여배우 겸 극작가 프랑카 라메와 함께 다양한 사회풍자극을 선보였으며, 1959년 부부의 이름을 딴 극단을 만들어 전국에서 공연했다. 당시 TV드라마 ‘칸초니시마’에서 유머가 넘치는 촌극을 함으로써 부부는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방송국의 검열을 받게 되자 하차했다.
그의 연극은 코메디아 델라르테, 즉 이탈리아 대중극 전통을 강하게 빌려온 것이 특징이다. 권력과 사회부조리는 물론 제도권 연극을 풍자하는 그의 작업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지만 반대파의 공격으로 그와 아내를 위험을 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공산주의 조직에서 활동하던 그의 아내 라메는 극우파에게 테러와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역시 몇 차례 납치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비록 교황청의 비난을 받고 법정에 수십여 차례 서야 했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1970년대 들어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폭탄테러범으로 몰린 정신착란자의 입을 통해 무능한 정부와 썩어빠진 사회를 고발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1970)과 물가폭등으로 도둑이 되어 버린 빈민층의 이야기를 통해 특권층에 유리한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한 ‘안내놔? 못내놔’(1974)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1997년 스웨덴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포는 현실참여와 재미, 통찰력을 갖춘 작품을 창조했다. 포의 작품은 해학과 진지함을 겸비했으며 사회의 악습과 불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고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넓혔다”고 밝혔다. 그는 노벨상을 자신의 아내에게 헌정했다. 다만 당시 로마교황청은 한림원이 그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나이가 든 뒤에도 그와 그의 아내의 비판정신은 무뎌지지 않았다. 기득권화 된 이탈리아 공산당을 비판하며 탈당한 것은 물론 2000년대에는 언론재벌 출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정계의 부패에 대항하는 시위를 주도, 2백만명의 국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 최근에는 기존 좌-우파 정당 체제와 부패에 반대해 일어난 이탈리아 오성운동을 적극 지지했다.
마테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는 오늘 이탈리아의 극장, 문화, 시민의 삶을 상징하는 위대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을 잃었다”며 “그의 풍자극, 연구, 희곡, 여러 방면의 예술적 활동은 한 위대한 이탈리아인이 세계에 남긴 재산이었다”고 애도했다.
한편 그는 우리나라에서 좌파 작가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공연되지 못했다. 하지만 1983년 ‘안내놔? 못 내놔’가 처음 무대에 오른 이후 ‘오픈 커플’ ‘돈 내지 맙시다’ ‘슈퍼마켓에 난리났네’ 등 주로 서민층의 삶을 해학적으로 다룬 그의 소극이 잇따라 공연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