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박세리…버디 1개 잡고 은퇴경기 마쳐

입력 2016-10-13 16:51


지난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공식 포토콜에서 박희영(왼쪽부터), 이민지, 박세리, 유소연, 허미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7275야드). 오전 10시40분 마지막조가 들어섰다. 디펜딩 챔피언 렉시 톰슨(21)과 중국의 펑샨샨(27), 그리고 박세리(39)가 한조가 돼 티샷 장소에 나왔다.  평일 이른 아침이지만 구름관중이 몰렸다. 수많은 갤러리들이 박세리의 몸짓 하나 하나에 열중했다. 그리고 ‘Thank you 사랑해, Se Ri’라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수건을 흔들었다. 박세리는 이에 화답하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박세리가 가장 먼저 티샷에 나섰다. 힘차게 휘둘렀지만 공은 왼쪽으로 치우쳐 러프로 들어갔다. 하지만 갤러리들은 박수를 치면서 박세리를 격려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박세리의 은퇴 경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긴장한 탓인지 박세리의 샷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세게 친 공이 러프나 헤저드에 들어가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박세리가 골프클럽을 잡은 것은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이후 석 달 만이었다. 또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다녀오고 은퇴를 준비해 제대로 연습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박세리는 버디 1개를 잡고 보기 9개를 쏟아내 8오버파 80타로 최하위 공동 76위로 경기를 마쳤다.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인 18번홀. 박세리가 퍼팅한 공이 땡그렁 소리를 내며 홀에 들어가자 관중석에선 환호가 울러펴졌다. 박세리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 갤러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리고 함께 뛴 펑샨샨과 포홍을 나눴다. 눈가에 이슬이 고였다. 시원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마지막으로 톰슨이 경기를 끝내자 박세리는 그에게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줬다.
 홀을 빠져나오자 아버지 박준철씨가 가장 먼저 박세리를 맞이했다. 아버지 박씨는 육상선수였던 박세리에게 골프를 시켰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골프의 스승’이기도 했다. 아버지도 딸을 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크리스티나 김(32)과 김효주(21), 박성현(23) 등 국내외 선수들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메이저퀸’ 전인지(22)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공식 은퇴식은 주요 선수와 지인들이 방송을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그에게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성현이 선수 대표로 그에게 꽃다발을 전했고, 갤러리와 선수들은 ‘SERI’라는 영어 글자가 새겨진 검은색 모자를 흔들며 그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