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설사 등 일반 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그냥 넘기기 쉽지만, 자칫 궤양성장질환으로 발전, 고통을 수반하는 병이 있다. 바로 염증성 장질환이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면 장 협착이나 천공이 생겨 응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생기는 병이다.
더욱이 재발을 반복하게 되면 암 발생 위험도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복통과 설사가 자주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한 번쯤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 정확한 진단과 동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봐야 하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자료를 보면, 염증성 장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2011년 4만 2122명에서 2015년 5만 3274명으로 5년 동안 무려 26%나 증가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관에 나타나는 만성 염증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한번 발생하면 잘 낫지 않아 평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진단은 주 증상과 혈액검사, 대장내시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리며 치료는 증상을 조절하고 합병증을 막기 위한 약물치료가 기본으로 상태에 따라 수술도 시행한다.
제일 큰 문제는 복통과 설사가 수시로 발생해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 속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실대로 얘기하면 회사 생활에 불이익이 될까 봐 대부분 본인의 질환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장실을 자주 출입하는 특성상 주변에서 미심쩍은 눈치를 보내와 속앓이가 심하다.
이럴 땐 부서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염증성 장질환 캠페인’ 관련 정보(happybowel.org 참조)를 제공하며 이해를 구해보자.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질환이지만 주변에서 조금만 배려하면 큰 지장 없이 일할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숨기려 하면 할수록 진퇴양난에 빠지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떳떳하게 나서자.
특정 음식이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및 악화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하지만 특정 음식으로 인해 복통이나 설사가 악화되었다면 다음 번 섭취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흐릿할 때는 매 식사 시 섭취한 음식을 기록해 두면 좋다. 복통과 식욕부진으로 식사를 거르게 되고 장에서 영양소 흡수가 방해를 받기 때문에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따라서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고 중간중간 간식을 곁들여 체중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는 설사를 유발해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무기질 확보를 위해 익혀서 적절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회식에서 나오는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기 때문에 장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즐거운 회식 분위기를 나로 인해 망칠 수는 없다. 이 경우 예약된 식당에 미리 여분의 음식을 따로 요청하거나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술은 장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섭취를 삼가야 하며, 무알콜 음료를 준비해 분위기를 맞추려는 노력이 센스 있게 비춰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 가수 윤종신도 이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차재명 교수는 “예전에 비해 치료제 효능이 좋아져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환우회 등 모임에 적극 참여해 정보를 나누고 얘기하다 보면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한, 면역과 관련 있는 질환이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므로 자전거나 가벼운 산행 등 무리하지 않는 운동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기분 전환의 계기를 종종 가지면 좋다.
차재명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통증보다 더 큰 사회적 편견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며 “화장실 등 급하게 써야 하는 경우 양보하는 등 사회적 관심과 배려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