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위 진압용 살수차에 소화전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실제로 경찰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나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공개한 종로경찰서와 종로소방서 간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8일 백남기 투쟁본부 집회에 대비한 경찰의 소화전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경찰의 소화전 사용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올해 들어 총 9차례 옥외 소화전 사용 협조 요청 공문을 종로소방서에 보내왔다.
4월 16일 세월호 2주기 문화제, 6월 25일 범국민대회, 7월 22일 금속노조 문화제, 8월 14일 사드 폐기 결의대회, 8월 15일 평화통일 민족대회, 9월 22일 전국농민대회, 10월 1일 민주노총과 백남기투쟁본부 집회, 10월 4일 공공운수노조 집회, 10월 8일 백남기투쟁본부 집회 등이다.
종로소방서는 10월 4일까지 앞선 8건에 대해서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소방기본법 제16조2의 1항 제3호에 따른 집회·공연 등 각종 행사 시 사고에 대비한 근접대기 등 지원활동이 가능한 것은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라며 경찰의 소화전 사용을 승인했다.
단서는 “소방용수시설의 다른 목적을 위한 소방용수 및 그 시설의 사용은 긴급하고 법 규정에서 허용된 정당한 경우에 한정하여야 하고 그 경우에도 적절한 안전 및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 하에 필요 최소한의 한도에서 사용돼야 함을 알리며 사용 시 각종 안전사고 및 재물파손 등의 책임이 귀 서에 있음을 알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국회 안행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살수차에 대한 소화전 용수 공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인 지난 8일에는 경찰의 소화전 사용을 사실상 거절했다.
시에 따르면 종로경찰서가 7일 소화전 사용에 대한 협조를 공문과 전화로 요청해왔고 종로소방서는 ‘일선 서에서 판단할 수 없으니 소방재난본부로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종로경찰서는 그 뒤 소방재난본부에 행정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종로소방서는 경찰 측에 소화전 사용 승인을 해 주지 않은 셈이다.
김정우 의원은 경찰이 소방서의 승인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소화전 용수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문화제 때 종로소방서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고 마음대로 물을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종로소방서가 협조 요청 공문을 접수한 것은 4월 20일이었고 회신을 보낸 것은 4월 24일”이라며 “물을 사용하고 나서야 관할 소방서에 협조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찰이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마음대로 소화전 물을 사용하고 사후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소방용수시설은 소방활동, 즉 화재진압이나 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므로 ‘누구든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소방기본법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소화전은 소방용수시설을 설치한 목적에 맞도록 소방활동을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