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소유가 잃게 하는 것

입력 2016-10-13 10:35
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졸업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토론 수업을 수강하게끔 한다. 학생들의 논리력과 토론을 통한 상호 소통을 증진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하지만 막상 토론 수업에 직접 참여해보면 수업의 본래 목적과는 다른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은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논제에 대해 더 나은 결론을 찾아가는 것 보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는 것에 더욱 집중한다. 결국에는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인 발언이 오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토론이 그저 언쟁으로 변질돼 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왜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청년기고] 소유가 잃게 하는 것
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최태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토론에 대해 토론의 참가자들은 각자의 의견을 ‘소유’하고 임하는 것이고, 토론에서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는 것은 각자 자신이 ‘소유’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기 힘들어 한다고 했다. 이는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싶지 않아 하는 소유욕이 토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유욕으로 인한 인간 사회의 갈등은 비단 토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소유욕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 현대 사회는 성과주의 사회이며 긍정의 사회이다. 모든 인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거기서 발생한 성과는 오롯이 자신이 소유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사람들은 소유욕을 내려놓지 못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소유로 성과가 측정된다. 때문에 인간은 소유를 내려놓는 것은 자신의 성과를 제한하는 행위이며, 결국 도태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쉽사리 소유욕을 버리지 못한다. 그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산재해 있다.

우리는 당장 집 밖으로만 나가도 소유욕이 만들어 내는 갈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집 앞 주차장에서는 주차 자리 문제로 다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뉴스에선 층간 소음 문제로 일어난 강력 사건도 종종 보도되고, 심지어는 돈 때문에 가족끼리 의절하는 경우도 있다. 전부 내가 가진 것을 잃기 싫어하는, 소유욕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이다.

이런 갈등들이 모여, 소유욕은 우리 사회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가 모두 소유한 것을 잃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남녀간, 세대간, 회사와 노조간, 여당과 야당간 소모적인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병균이 된다.

갈등은 병균이다. 병균은 사람의 몸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병균은 그것을 이겨낸 사람의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가 소유욕을 내려놓지 않아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저 병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서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고 서로를 인정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갸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지금의 갈등을 이겨 낸다면, 과거 서양의 시민혁명이나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이 그러했듯이 현재의 갈등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훌륭한 예방접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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