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9473명의 문화 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실존했다

입력 2016-10-13 10:10 수정 2016-10-13 15:56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정치검열을 위한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지난 12일 예술계 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면서 “실제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거니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 때는 저 말이 진짜일까 싶었는데 이후 예술계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면서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를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명단은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누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이다.

이 인사는 또한 “표지 뒤에는 9473명의 구체적 명단이 리스트로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자료가 작성된 시점 이후 예술계 곳곳에서 검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본 공모 지원, 우수작품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박근형 연출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원금 포기 종용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고, 이윤택 연출가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심사 1위를 받고서도 지원작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원순 시장은 이와 관련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문의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런 정도의 사건이 서구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도 사임할 일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또한 “2014년 지방선거 때 저를 지지선언한 1600여명 명단도 주요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면서 “단순히 저를 지지한 문화예술인이 포함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적 민주주의에서 어떤 공직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권력의 막장 드라마이고 사유화의 극치”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특히 "당장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탄핵이든, 사임 요구든 그 무엇이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진=문재인 페이스북 화면 캡처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정치검열을 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졌다”며 “예술은 권력을 풍자하고 시대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사명 중 하나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이 정부의 예술적 무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