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한예종 콜라보 논란에 한예종 총학생회·제작자 사과문 올려

입력 2016-10-13 00:04 수정 2016-10-13 01:00

프랑스의 프리미엄 천연 탄산수 브랜드인 페리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콜라보한 영상이 논란을 빚자 한예종 총학생회와 제작자들이 잇달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8일 국민일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예종-페리에 콜라보 영상 논란을 했다.

 페리에와 한예종 소속 5명의 학생들은 공동 프로젝트로 5개의 특별 영상을 제작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0일 유튜브에 'Le Rayon Vert(녹색 광선)'이란 제목으로 공개된 3분 14초 분량의 동영상은 여성납치·토막살인을 연상시키는 영상의 잔혹성으로 네티즌들을 경악케했다.

 보도가 나가고 영상이 문제가 되자 영상은 삭제되고 지난 10일 한예종 대나무숲에는 콜라보 광고사태에 대해 총학생회의 입장이 게재됐다.

 다음은 전문이다.

페리에 X 한국예술종합학교 콜라보레이션 광고 사태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프랑스 프리미엄 천연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난달 20일 유튜브에 총 다섯 편의 페리에-한예종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페리에 측은 이 프로젝트가 한예종 영상원 교수의 지도 아래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본 대자보를 통해 그 중 'Le Rayon Vert(이하 ‘녹색 광선’)' 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영상에 대하여 학생대표기구로서의 입장을 표명하는 바이다.

'녹색 광선'은 여성의 목소리로 표현된 피해자가 납치 후 토막 살해를 당하는 현장을 공포스럽게 담아낸 후 피해자가 사람이 아닌 음료수병인 것을 보여주며 마무리한다.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를 인간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건으로 비유한 것은 실제로 범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며 이와 같은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두려움을 짓밟는 행위다. 이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매체를 통해 유포함으로서 사회적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영상이 공개되기 전, 프로젝트 책임자는 어떤 문제제기를 했는지 묻고 싶다. 본 프로젝트는 학교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협업이다. 해당 영상은 소속과와 소속원을 포함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체 구성원의 젠더 감수성,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자질에 의구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상에 대한 논란이 일자 페리에 측은 ‘학생들의 작품을 지원한다는 기본적인 취지로 시작해 학생들의 창의성에만 치중을 하다 보니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간과하였다’고 답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본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가 기업 이미지의 홍보였다면 제출된 영상을 먼저 기업의 입장에서 이해한 후에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을 텐데 과연 본 영상이 페리에라는 기업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 의혹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페리에 측은 영상이 의뢰되고 제작, 심사를 거쳐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대 총학생회는 프로젝트 지도 교수와 학교 본부 그리고 페리에 측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 해당 영상 제작자의 공식적인 사과문 또한 요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예종 타 학생들의 인권의식과 윤리적 수준마저 저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국립 예술대의 총학생회로서 본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11일에는 트위터에 다섯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오세민 학생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영상을 만든 김동준 학생도 11일 학교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다음은 김동준 학생 사과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우선 내용을 접하고 불쾌감과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본 기획은 페리에 공병을 반으로 잘라 만든 캔들 제품을 접하며 시작했습니다.
페리에를 의인화하여 캔들 디자이너로부터 느낄 수 있는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인 페리에 라임의 목소리를 프랑스 여성으로 선택한 지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느낍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남성이라 더욱 불쾌감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함에도 내용상 인간이 아닌 페리에이기에 문제 없으리라 방과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쭙잖은 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내용의 반 이상을 여성 피해자의 공포를 표현하여 보는 이에게 불쾌감을 안기고 심지어 후반에는 제품을 등장시켜 이를 상업적인 반전의 도구로 활용한 파렴치하고도 무책임한 기획임을 통감합니다.
무엇보다 이 기획안이 선정제작되면 상업적으로 활용될 것을 알면서도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완성에만 집중했던 제 자신을 뼛속들이 반성하는 바입니다.
잘못을 지적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녹색광선 만든이 김동준 올림

 한편 제작자 학생의 사과문이 올라간 이후, 영상원 학생회는 담당 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