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두 다리 앗아간 음주운전 가해자 "나보고 어떡하라고?"

입력 2016-10-13 00:01 수정 2016-10-13 00:01

청소 작업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를 잃은 환경미화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 11일 SBS '맨인블랙박스'는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 박노홍씨와 유선용씨의 사연을 방송했다. '맨인블랙박스'는 블랙박스 속 영상을 토대로 교통사고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1년 전 두 사람은 야간청소를 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이 이들을 덮쳤다. 당시 가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25%로 만취상태였다.

이 사고로 박씨는 두 다리를 절단했다. 그는 아직도 재활치료 때문에 병원에서 퇴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 유씨 역시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환경미화원이 된 지 3주 만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이후 의족을 만드는데 2500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평생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음주운전 사고는 두 사람의 직장과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가해자의 처벌 수위였다. 음주운전 가해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노홍씨의 아내 최윤정씨는 "술을 마시고 두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그 사람(음주운전)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며 "(공탁금) 6500만원에, 너무 어이 없는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자가) 재판 전에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더니 재판 다 끝나고 나와서는 '어떡하라고요?'"라고 하더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나를 때리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유씨 역시 음주운전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판결이 나온 기준이 너무 궁금하다"며 "그게 정당한 판결이라면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두 환경미화원의 사연 외에도 음주운전 피해로 아내와 딸을 잃은 김경동씨의 사연도 시청자를 울렸다. 김씨는 2015년 딸 미소양에게 처음으로 바다를 보여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22톤 대형트럭이 김씨의 승용차를 덮쳐 아내와 딸이 숨졌다. 당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65%로 만취상태였다.

김씨 역시 "사람이 두 명 죽었는데 음주운전 가해자의 징역은 겨우 4년밖에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또한 "눈물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빨리 법이 강화돼서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몸과 마음의 상처가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