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화백, ‘자연으로부터 2015-2016’ 展 개막

입력 2016-10-12 17:18 수정 2016-10-12 17:36
긴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박상희 화백은 양평 백병산 정상 인근에 아틀리에를 지었다. 수도자의 마음으로 3년간 작업에만 몰두했다. 절대자에게 보내는 열렬한 고백이었다. 지난해 여름 ‘해바라기와 파도와 바람’ 전시회를 마쳤을 때, 그녀는 자신만의 성전으로 돌아와 무릎 꿇고 밤새 기도를 드렸다. 은혜의 꽃비가 그의 온몸을 덮었다.
그로부터 1년. 박 화백이 다시 산 아래로 내려와 작품을 펼쳐놓는다. 여름 전시에서 내면의 열정을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이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언어들을 화폭에 옮겼다.
박 화백은 급하게 또는 느리게 흐르는 자연의 시간을 순응하며 사계를 보냈다. 함박눈이 쏟아지면 무진장한 풍광에 압도돼 정신없이 붓을 놀렸다. 눈이 오면 그리고, 눈이 그치면 멈췄다. 어느 날은 산봉우리에 걸쳐진 저녁놀이 해바라기를 선홍빛으로 물들였다. 마지막 잔광이 여위는 순간, 그 찰나를 좇았다.
절대고독과 상념 따위는 그녀의 마음을 비집을 틈이 없었다. 창작은 산중생활의 적요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이자 희열이었다. 자연이 이야기하는 기쁨과 슬픔, 생성과 소멸, 은유와 직유 ,설렘과 아쉬움, 애틋함과 그리움…. 그 다양한 감성의 언어들이 박 화백의 붓 끝에서 출렁였다.
박 화백은 “꽃비를 맞고 있는 해바라기들, 개나리의 절정, 이름 모를 야생화들의 환희, 감당할 수 없는 가을의 두근거림, 겨울산의 서사시 등 이런 평범한 자연의 주제들이 이루어 놓은 강렬한 충동은 나의 감성을 소녀처럼 뒤흔들어 놓았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이 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가 이곳에 평강을 주리리.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학개서2장9절)”는 말씀을 특히 사모하는 독실한 신앙인이기도하다. 하나님의 뜻과 방향은 잘 모르지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말한다.
연규홍 박사(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장)는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그냥 그곳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바람 부는 시련의 나날을 견디고 문득 보니 그것은 나를 위해 주님께서 영원 전부터 준비해 놓으신 은총이며 축복의 선물이었다”면서 “아! 그 기쁨의 감격을 어떻게 화폭에 다 옮기겠는가? 박상희 화백의 그림은 눈으로만 아닌 마음의 귀로 들어야 할 찬송들”이라고 평했다.
‘자연으로부터 2015-2016’ 박상희 개인전은 인사동 갤러리 이즈(02 736 6669)에서 12일부터 18일까지, 양평군 푸른산 갤러리에서 28일부터 11월4일까지 이어진다.

글․사진=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서양화가박상희 화백(사진)의 개인전이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12일 개막했다. 서양화가 심명보(전 미국 뉴저지 주립대 연구교수)는 “박상희 화백은 ‘고백-2015’라는 주제의 격렬한 언덕을 넘어서 ‘자연으로부터-2016’이라는 올해의 작품들은 조용한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한 한편의 서사시”라고 평했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