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書 1:9~15]
그때에 제이께서 삼별초의 땅 진도 팽목 바다 깊이에서 와서 청계천에서 요한 태일에게 세례를 받으셨어. 똥물에 개의치 않으셨지.
그가 똥물에서 올라와 구정물로 질퍽한 판자촌 골목으로 올라오실 새 남산 타워 쪽에서 몽롱한 빛이 자신에게 다가드는 것을 느꼈어. 내가 아침에 라면 한 끼도 못 먹어서 현기증인가 아니면 선탠 후유증인가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하더군.
남산 쪽 하늘이 열리더니 대포 소리 같은 벽력이 하늘을 때렸다는군. 다들 무서워 소리를 지르고 달아날 새 도심서 철사줄 주워먹거나 고양이에게 할큄 당해 볼 품 없이 변한 비둘기 떼가 창공을 날아 그들을 안심시켰다 하더군.
하늘에서는 “너는 똥물 냄새가 난다 하여도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는 것은 당연하도다” 음성이 들렸어. 이에 놀란 시민들은 민방공 싸이렌을 통해 누가 실수해 방송을 하는 줄 알고 혀를 찼다네.
이날 이후 하늘엔 황사와 미세먼지가 가시질 않았지.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하던 제이는 청계천 공구상가 선반에서 파생된 쇳가루 때문이라 생각하고 저 멀리 김해평야로 가신지라.
그가 낙동강 맑은 물에 낚싯대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는데 강가 어부들이 꾀죄죄한 자가 강가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못마땅하고 ‘의심하면 다시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한지라 넵다 파출소로 뛰어가 신고하였지 않겠나. 다행이 낙동강 사하촌 농민들이 나타나 “이 사람은 마을에 해를 끼치지 않은 거렁뱅이일 뿐이요 굳이 잡아가지 않아도 된다오”하여 화를 면하였다네.
한편 요한 태일이 잡힌 후 제이께서 청계천에 오셔서 판자촌 사람들에게 복된 소식을 전하였다네. 하지만 주민들은 어이구 그 꼬락서니에 지 앞길이나 챙길 것이지 하며 혀를 찼다는군.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께서는 “때가 찼다” (뭔때? 당신 때나 씻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이 말 빨래하며 듣던 한 아주머니가 ‘염병하네' 씨부렁).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께서 청계천 5가에서 저 광화문 방향으로 지게꾼과 오토바이꾼들을 피해 가시며 가시더니 종내 종적을 알 수 없게 됐어. 청와대 구경 가셨나? 그렇게들 생각했지.<계속>
전정희(시사소설가) jhjeon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