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꽃뱀’ ‘CCTV' ‘흑진주’… 끊이지 않는 미디어 속 여성차별

입력 2016-10-12 16:12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여전히 미디어가 여성을 차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미디어는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며 ‘연예인’과 ‘꽃뱀’에 집중했다.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룰 땐 CCTV와 일러스트를 통해 선정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스포츠 보도에서는 여성 선수의 외모나 나이를 강조하고 ‘흑진주’, ‘요정’ 등 별명을 붙여 성적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인권위는 이날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방송뉴스를 분석한 결과 성폭력과 여성 살인사건, 스포츠 보도에서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 의뢰해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와 종편 4개 채널(TV조선, JTBC, 채널A, MBN)의 메인 뉴스를 분석했다.

이윤소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방송사가 지나치게 연예인 성폭력 범죄를 보도했고 ‘꽃뱀 신화’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체 344건의 2016년 상반기 성폭력 보도 가운데 박유천 성폭력 피소 사건이 66건(19%)으로 가장 많았다. 이 사무국장은 “언론이 ‘박유천 사건’을 다루며 ‘박씨가 들렀던 유흥업소에 방이 17개가 있다’는 등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리포트했다”며 “언론의 관음증적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씨를 고소한 사람들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데다가 격렬하게 저항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해 고소인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몰아갔다”며 방송이 ‘꽃뱀 신화’를 퍼트렸다고 지적했다.

CCTV와 일러스트를 통한 선정적인 보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살인은 어떤 사건보다 경력한 주목도를 가지기에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언론은 ‘살인’이라는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악착같이 CCTV를 보여주고 이도 안 되면 일러스트로 살인 장면을 재구성한다”고 했다.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피해자가 들것에 실려내려오는 모습과 지인이 절규하는 모습 등으로 화면이 구성됐다.

스포츠 보도에서도 성차별이 나타났다. 윤정주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은 선수가 아닌 ‘엄마’와 ‘주부’로 묘사될 때가 많다”며 “실력보다 외모와 나이를 강조해 여성은 스포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매체는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거머쥔 김소희 선수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김 선수를 ‘스포츠 선수’가 아닌 ‘소녀’로 다뤘다”고 전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별명도 도마에 올랐다. 윤 소장은 “여성을 지칭하는 ‘요정’, ‘진주’, ‘낭자’ 등 여성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단어가 별명으로 붙는다”며 “미국 기계체조 선수인 바이스는 여자 흑인이라는 이유로 ‘흑진주’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비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