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권리를 포기하고 얻은 편익의 가치

입력 2016-10-12 14:40
옷가게 판매원이 불친절한 서비스를 할 때, 음식점에서 음식에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하는가? 보통 그 가게에 다신 가지 않거나, 그 자리에서 바로 컴플레인을 걸어 사과나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 그렇다면 옥시, 남양유업, 홈플러스, 메디안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기업들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앞 상황과 같이 능동적으로 행동했는가?

권리를 포기하고 얻은 편익의 가치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2학년 노민영


최근 소비자들과 유통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였던 옥시사태를 기억하는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옥시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크게 진행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옥시를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킨다는 목표로 불매운동을 ‘무기한’으로 잡아 현재 3차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옥시 이외에도 지역대리점에 물건을 강매시키고 막말을 하는 등 ‘갑질’을 한 남양유업과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팔아 이익을 취한 홈플러스에 대한 불매운동 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진행한다. 단체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불매운동은 크게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미국전역에서 불매운동을 펼쳐 기업은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 바로 사죄의 뜻을 보이며 문제에 대한 피드백을 제시하고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주며, 기업들은 그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불매운동은 이슈가 되는 시기에 반짝하여 소비자들의 냄비근성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기업들 역시 불매운동을 두려워하지만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우려하지 않는다. 소비자단체들은 꾸준히 불매운동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 개개인은 시간이 지나 이러한 기업들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불매운동 참여는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소비는 지속된다. 

불매운동을 함에 따라 제한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 불편한 소비자는 자신에게 편리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개인적 편익을 위해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소비하면 다시 그 피해를 받는 것은 소비자이다.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거나 불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을 때에 피해보상을 받거나 해당 가게에 가지 않는 것만이 소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참고 불매운동에 참여하며 소비자로서 기업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기업은 올바른 경영과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소비자를 약자로 판단하고 보호받아야할 대상으로만 보던 사회는 지나갔다. 소비자는 시장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불매운동이라는 소비자 행동으로 기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앞으로의 쾌적한 소비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환경에서 소비할 권리는 소비자 8대권리 중 하나이다. 소비자 기본법에서 제시한 소비자의 책무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다. 개인의 편익을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행동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동과도 같다. 지금 누리는 편익이 권리를 포기할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 편리가 지속될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을 구매할 때 편리가 지속되어도 소비생활의 편리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권리와 편리를 한번에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소비자, 바로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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