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시-평온한 날의 기도

입력 2016-10-12 13:46 수정 2016-10-12 20:13
경북 경주 박목월 생가 앞마당에 조성된 청보리밭과 나그네 정자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양지 바른 창가에 앉아
인간도 한 포기의
화초로 화하는
이 구김살 없이 행복한 시간

주여
이런 시간 속에서도
당신은 함께 계시고
그 자애로우심과 미소지으심으로
우리를 충만하게 해주시는
그 은총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시고
강물같이 충만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순탄한 시간을 노젓는
오늘의 평온 속에서
주여
고르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당신의 나라로 향하게 하십시오

3월의 그 화창한 날씨 같은 마음속에도
맑고 푸른 신앙의 수심(水深)이 내리게 하시고
온 천지의 가지란 가지마다
온 들의 푸성귀마다
움이 트고 싹이 돋아나듯
믿음의 새 움이 돋아나게 하여 주십시오

박목월

신앙 시인으로 생애를 마친 박목월 시인은 그리스도인들은 삶과 신앙이 일치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고백이 신앙시라고 말한 그는 시작 자체가 신앙생활의 일부여야 하며, 신앙시를 씀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오늘은 나의 시간이고 내일은 하나님의 시간’으로 생각했던 시인은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 오늘이란 시간에 있으며, 하나님의 시간인 내일이란 미래를 향해 가기를 소망했습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