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차 핵실험 때 중·러에 미리 통고하고 반응도 청취”

입력 2016-10-12 10:19 수정 2016-10-12 11:19

북한이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을 하기 며칠 전 외무성과 당 실무진을 각각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해 핵실험 사실을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실험 뒤에도 당·군 고위급 인사를 보내 중·러에서 반응을 청취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사전통보했을 것이란 관측은 있었지만 핵실험 뒤 당과 군 인사를 보내 양국의 반응을 직접 들었다는 주장은 처음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블로그 ‘38노스’에 기고한 ‘북한 외무성의 변화와 북핵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핵실험 전후 커뮤니케이션은 북한이 중·러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 당국의 공개적인 비판 수위를 낮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덜 받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매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일 군부 핵심인사인 윤동현 인민무력성 부부장(상장)을 러시아 모스크바에 파견했다. 핵실험 직전에는 노동당 국제담당 부부장급을 모스크바에 보냈다.

윤 부부장은 러시아 국방부가 주최한 ‘2016년 국방산업 무역전시회’ 참석 명분이었지만 특별한 외부일정도 없었고, 전시회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주일간 모스크바에 머문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매든은 노동당 부부장급이 사전에 핵실험 사실을 통보하는 역할이었고, 윤 부부장은 핵실험 뒤 러시아의 반응을 청취하는 역할이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윤 부부장에게 충분히 항의했기에 핵실험 뒤 나온 러시아 논평의 비난 수위는 4차 핵실험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매든은 덧붙였다.

북한은 핵실험 이틀 전 베이징에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을 보냈다. 핵실험 다음날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파견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실무급인 최 부국장은 핵실험 사전통보를, 고위급인 김 부부장은 핵실험 뒤 중국의 입장을 전달받는 역할을 맡았다.

매든은 북한의 이런 모습은 외무성 구성원 교체가 가져온 변화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수립된 1948년 이후 태어난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지난 5월 외무상으로 승진하고, 미국과의 연락채널이었던 한성렬 전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표가 외무성 미국국장으로, 미국 전문가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장이 부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중용은 “대화 통로는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