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원정에서 패배한 뒤 선수들을 원망했다. 우루과이에서 카타르로 귀화한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레퀴야)를 특별히 지목해 “한국엔 이런 선수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넋두리에 선수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한국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이란에 0대 1로 졌다. 유효슛 0개를 기록한 졸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이전까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던 수비 역시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란의 슛은 모두 12개. 유효 슛은 4개였다. 1실점 패배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만큼이나 실망스러운 부분은 슈틸리케 감독의 총평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답답한 공격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후반전에 투입한 김신욱으로 롱볼을 활용해 득점의 활로를 열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안 됐다.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카타르의 소리아와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리아는 지난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종예선 3차전에서 한국을 괴롭혔던 카타르의 공격수다. 시종일관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고, 1-1로 맞선 전반 44분에는 역전골까지 넣었다. 한국이 후반전에 2골을 넣어 승부를 다시 뒤집었지만 소리아의 활약상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의 공격진은 소리아와 비교할 정도로 부족하지 않다. 한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부문 공동 5위(4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부터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구자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신욱(전북) 등 다양한 공격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거의 최정상급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탓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대일 경합에서 우리 선수들은 쓰러졌고, 이란 선수들은 버텼다. 세컨드 볼(흐른 공으로 잡는 2차 공격기회)도 이란이 더 많이 가져갔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선수와 감독을 바꿨지만 이란 원정에서 이기지 못했다.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란보다 신체조건에서 약하다. 다른 부분으로 극복해야 한다. 유소년 단계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다소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은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축구는 단체경기다. 잘 되는 날은 선수 각자가 자신감을 갖고 활약하지만이번 경기에서는 팀과 개인이 모두 (이란에) 밀렸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