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015년 사치품 수입액이 6억694만 달러로 나타났다. 김정일 집권 당시 연간 6억 달러를 밑돌던 사치품 수입액은 김정은이 세습정권을 장악한 2012년 이후 줄곧 6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김정은 집권 이후 4년간 수입한 사치품이 26억9709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우리정부가 공고한 대북 반출제한 사치품 목록을 기준으로 중국 세관의 무역통계 등을 통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수입액이 감소한 이유는 북한의 부분적 자금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4년간의 일정한 흐름은 김정은의 돈줄이 마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윤 의원은 12일 주장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품목별로는 술 수입이 크게 감소한 반면, 화장품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평양 등 주요도시에서 남성의 양주 파티는 줄고, 여성의 화장품 소비는 늘고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수입은 조금 줄었지만, 시장에 공급돼 판매되는 각종 전자제품의 수입은 여전히 강세다. 북한사회에서 시장 기능이 확대·심화되고 있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미 2006년에 대북제재 1718호를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사치품 금수조치를 이행하도록 결의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북한은 사치품 수입에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은 스스로 결의하고 찬성한 안보리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상시적 구멍’이 되었다. 중국은 그간 대북제재에 대해 ‘입장’만 발표해왔을 뿐, ‘행동’은 하지 않았다. 중국의 ‘말 뿐인 제재’로 대북 사치품 금수조치는 실효성을 잃었다.
앞으로 유엔 대북제재의 핵심은 ‘또 다른 제재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중국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윤 의원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도 김정은의 돈줄을 봉쇄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해외 비밀계좌에 숨겨놓은 40억~50억 달러의 비자금을 최대한 찾아내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간’과의 싸움이다.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가 김정은 해외 비자금을 찾아내 동결하는 속도가 북한의 핵개발 속도보다 빨라야 북핵 외교전의 전황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