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라모스(88) 전 필리핀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최근 논란이 된 정책과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라모스는 두테르테가 평소 존경한다고 밝힌 인물이다. 그는 지난 5월 두테르테가 대선에 출마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모스는 두테르테 취임 100일을 맞아 일간지 마닐라 불레틴에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에 집중하면서 정작 빈곤, 물가, 외국인 투자, 일자리 영역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적었다.
두테르테의 대미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라모스는 “수십년간 유지한 미국과의 군사·전략적 파트너십을 잃으면 되겠는가”라며 미국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지옥에나 가라”“개자식”이라고 공격한 것을 두고 “당황스럽다”고 표현했다.
두테르테의 막말과 마약과의 전쟁도 겨냥했다. 라모스는 “초법적 살인을 멈춰야 한다”며 “막말과 저주를 퍼붓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고문의 마지막에 “앞으로 100일은 훨씬 더 나아지길 바란다”며 “필리핀의 문제는 가난에서 시작한다”고 조언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