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보다가 지진 나면 어쩌죠? 골머리 앓는 교육부

입력 2016-10-11 17:12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에 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추진한다. 정부가 수능 시험장으로 쓰일 학교들에 모의훈련을 권고하는 형식이지만, 경북 경주나 포항 등 지진 공포가 계속되는 지역 학교들은 상당수가 참여할 전망이다. 또한 이달 중으로 국민안전처·기상청 전문가들과 수능 당일 지진발생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요령’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일 “시도교육청 수능 담당자들과 지진 등 수능 당일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를 12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지진들은 수능 당국을 긴장시키기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달 12일 경주에서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여진이 471회 발생했다. 땅과 건물의 흔들림이 감지되는 3.0~4.0 규모가 17회로 이틀에 한번 꼴이었고, 4.0~5.0 규모도 2회 발생했다. 10일에도 규모 3.3 지진이 경주 일대에서 감지됐다.

교육 당국은 일선학교에 배포할 행동요령에 지진 규모나 진도에 따른 대처 방법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규모 5 이상일 때 대피한다든지, 규모 3 이하는 무시하고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규모 4.9는 시험을 치르고 5.1은 대피한다는 식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의 매뉴얼에도 수치로 구분해 놓지 않았다”며 “학교 관리자나 시험 감독관의 현장 판단에 맡기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행동요령을 모호하게 제작해 학교 관리자 등에게 판단을 맡기게 되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학교 관리자가 수능을 중단시키는 결단을 내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피를 주저하다 큰 피해가 날 수도 있고, 반대로 위험 상황을 과도하게 받아들여 대입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

현행 지진 매뉴얼에는 지진이 감지되면 방석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책상 아래로 들어간 뒤 진동이 잦아들면 운동장으로 대피하도록 한다. 화장실 갈 때도 몸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수능 시험에서 운동장에 수험생이 집결하는 순간 시험은 종료된다. 미미한 진동에도 학생들의 돌발 행동으로 시험이 중단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지역이나 학교 수험생 때문에 재시험을 치르는 방안이나, 피해 학생들을 위해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방안 등도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교육부는 아직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미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있지만 이 나라들의 대입 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이어서 재시험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우리 수능은 출제진과 검토진이 합숙하면서 다시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전체 대입 일정도 재시험 때문에 뒤로 밀리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행동요령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일선 학교에서 숙지하도록 대응 훈련을 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며 “여진이 계속되는 경주나 포항 등에 시험 감독관을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