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국감에서도 고 백남기 농민 병사냐 외인사냐 '사인' 논쟁

입력 2016-10-11 17:06 수정 2016-10-11 17:33
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요구안을 국회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고인은 꼭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적정한 치료를 받고도 사망했다면 진단서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다.”(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 “제가 보기엔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잘 모르고 있다.”(이윤성 교수·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장) 
 11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국정감사에선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둘러싼 논쟁이 되풀이됐다. 야당은 농민 백씨의 주치의였던 백 교수를 상대로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은 없었는지, 법의학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절대 다수 의사가 외인사로 판단하고 있고 법의학자들은 연명 치료 여부가 사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며 “사인은 논쟁을 벌일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영장 발부 규탄 및 챔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故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백민주화씨. 뉴시스

 하지만 백 교수는 “소신껏 작성했다” “외압은 없었다”는 답변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일부 진료에만 참여한 전공의나 환자 진료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의료인은 주치의만큼 잘 알지 못한다”며 수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서울대병원에서 구성한 특위 위원 5명 전원이 외인사가 맞다는 개인 의견을 밝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과 명예를 걸고 같은 판단을 내리겠느냐”고 묻자 백 교수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치료 과정과 사망진단서 작성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씨 사인과 보험급여 청구 당시 질병코드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초기에 입력된 병명으로 계속 청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조위원장인 이 교수는 이날도 “외인사가 옳다”고 했다. 이 교수와 백 교수는 사제 관계이기도 하다. 백 교수가 서울대 의대 본과생이었을 때 이 위원장으로부터 법의학 강의를 들었던 인연이 있다.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두 사람을 나란히 세운 뒤 “스승은 외인사라고 하는데 제자가 병사라고 한다.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부정하고 있다”고 하자 이 교수는 “교육에 더 신경써야겠다”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새누리당은 부검 필요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전희경 의원은 “야당은 특검을 주장하지만 특검의 목적은 결국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닌가”라며 “진상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부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지난 5일 씨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교수도 “사회적 관심이 큰 죽음의 경우 사건의 완결성을 보장받기 위해, 또 나중에 생길 수 있는 어떠한 질문에도 답할 수 있도록 부검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부검에 따르는 문제도 없지 않지만 경중을 따져보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논쟁 도중 서울대병원에 대한 징벌적 예산 삭감 얘기를 꺼냈고 새누리당은 협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