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북한주민 충분히 수용하는 체계,역량 갖춰라”

입력 2016-10-11 16:37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고,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관계 부처는 긴밀히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나가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탈북이 이뤄질 경우 이들을 수용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1일 북한 주민들을 향한 ‘탈북 권유’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폭정에 신음하는 많은 북한 주민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는 절망감에 북한을 탈출하거나 자녀들 장래를 위해, 또는 자녀들이 스스로 미래와 희망을 찾아 탈북하는 등 탈북 동기와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이 자신들의 곤궁한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북한 주민이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 언급은 북한 정권과 주민에 대한 분리대응을 언급한 8·15 광복절 경축사와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며 ‘탈북자 전원 수용’ 방침을 시사한 국군의 날 기념사의 연장선이다. 대규모 탈북사태는 물론 북한 정권이 붕괴될 상황까지 상정해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실제로 탈북민 정착 시스템 개편을 준비 중이며, 증가하는 탈북민 수용 및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이르면 11월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신변보호 중심에서 현재는 생활 지원, 자립·자활 등 안정적인 정착 지원에 무게 중심을 뒀으나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탈북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한 대책 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휴전선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폐교 등을 탈북민 수용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이런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은 급변사태와 유사시를 대비해 어느 정부나 원칙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최근 갑자기 큰 방향이 바뀌었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은 지난 8월 현재 2만9688명으로, 3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간 탈북민수는 2009년 2914명에서 2011년 2706명, 2013년 1514명, 지난해 1276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 들어(1~7월) 입국한 탈북민은 815명(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6% 증가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대응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를 ‘(대북)선전포고’라고 비판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각에서 정부가 북한 도발을 유도하고 있다거나 선전포고 운운하는 것은 현재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사실과도 다른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남혁상 정건희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