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 질환 연구의 개척자인 김정룡 서울대 의대 내과학 교실 명예교수가 11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1935년 함경남도 삼수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의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72년부터 서울대 의대 내과학 교실에서 40여년간 의학 연구 및 진료에 전념하며 ‘간 박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고인은 특히 60년대 말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주요 원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임을 규명했다.
73년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을 혈청에서 분리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급만성 간염, 간경변증 및 원발성 간암 퇴치에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예방 백신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79년 실용화했다.
이 백신은 외국 제품에 비해 값이 약 10분의 1정도로 저렴하면서도 효능이 우수해 국가 보건 경제적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또 80년대 중반 이후 학령기 아동과 일반인은 물론 신생아 예방 접종에 B형 간염 백신이 추가됨에 따라 과거 10%에 달하던 국내 B형 간염 유병률을 5% 아래로 떨어뜨렸다.
고인은 B형 간염 백신 개발 수익금과 사재를 모아 84년 재단법인 ‘한국간연구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86년에는 서울대 부속 간연구소를 세워 국가에 헌납하는 등 간질환의 체계적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84년 국민훈장 모란장,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 오전 8시. 장지는 광릉추모공원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