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68) 미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홈스트롬(67)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불완전 계약 이론’은 현실 속에서 다양한 관계를 사례로 최적의 계약 조건을 모색해 왔다. 하트 교수는 2014년 한국의 연세대에 석좌교수로 와서 이 이론을 국내에 전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계약이론에서는 참가자들이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각자 최선의 조건을 찾는다는 전제를 내세운다. 현실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고, 보험에 가입한 뒤 안전에 소홀하거나 높은 급여를 보장받으면 업무에 충실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두 학자는 이런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어떤 형태로 계약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을 높이는지 미시적으로 접근했다.
투자자와 최고경영자(CEO), 직원과 회사 등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지, 교도소를 민영화하는 것이 나은지 등 다양한 조건에서 최적의 계약을 연구한게 불완전 계약이론이다.
파업을 부른 성과연봉제나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도 이 이론과 관련돼 있다. 성과급여 즉 인센티브가 많을수록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까? 하트 교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왕립과학원은 불완전 계약 이론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인센티브와 직원의 성과를 연결지었다.
“기업의 성과는 시장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성과에만 의존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운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주가가 오른 만큼 인센티브를 주기보다는 동종업계 다른 기업의 주가와 비교해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또 위험이 큰 산업일수록 인센티브 보다는 고정적인 급여를 더 늘려야 직원의 성과를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인 분야에서는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스웨덴 왕립과학원의 불완전 계약 이론 해설)
기업도 평상시에는 창업자가 직접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이 최고의 효과를 낳지만, 경영이 어려울 때에는 투자자(채권자)가 주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이론은 설명한다. 현대의 구조조정 법규와 절차는 이 틀에 맞춰 만들어졌다. 홈스트롬 교수는 CEO의 급여를 단기 성과에 기반해 결정한다면, 기업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학자는 학교와 병원, 교도소에서도 최적의 계약 조건을 모색했다. 사립학교에서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어떤 기준을 정하는게 좋을까? 손쉽게 학생들의 점수가 어떻게 올랐는지, 입시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등에 따르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게 두 학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점수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교사는 점수를 올리는데 필요한 것만 가르치는데 주력할 것이다. 이는 학생에게는 오히려 꼭 배워야할 것을 배우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민영교도소가 비용을 낮추려고 한다면, 수감자들의 환경을 어디까지 악화시켜도 괜찮을까? 의료진이 최상의 성과를 거두게 하려면 어떤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할까. 사회복지 시설에 새로운 투자를 한다면, 비용을 낮추도록 하는게 좋을까, 서비스의 품질을 더 높이도록 하는게 좋을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을 정립해 새로운 경제학적 시각으로 사회 현상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두 수상자는 ‘기업 영역의 이론’을 공동 집필했다. 하트 교수가 연세대에서 강의할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 교수들은 “이론에 멈추지 않고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 쉽게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두 수상자는 오래전부터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꼽혀왔다. 앞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들이 수상자로 결정되자 “두 학자는 경제학계에서는 너무나 유명해 이미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줄 알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트 교수는 미국시각으로 새벽4시40 잠에서 깨어 침대에 누운 채 올해도 수상에 실패한 줄로 생각했다가 스웨덴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왕립과학원은 전했다. 하트 교수는 잠든 아내를 깨워 수상 소식을 전하고, 아들과 동료들과도 기쁨을 나눴다. 홈스트롬 교수는 “아주 운이 좋았다”며 왕립과학원과 가족, 동료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공동수상자들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의 상금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
하트 교수는 영국 출생이며, 홈스트롬 교수는 핀란드 출생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