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가을야구 개막전 축포를 터트렸다.
KIA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LG 트윈스를 4대 2로 제압했다. 7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은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의 호투와 중요한 순간마다 점수를 뽑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승리했다. KIA와 LG는 11일 같은 장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갖는다.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로 넘어갈 수 있는 LG가 여전히 유리하지만 KIA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KIA와 LG는 각각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가을야구에서 네 차례 만났다. KIA는 해태 시절이었던 1983년(4승 1무)과 1997년(4승 1패)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LG를 제압하고 우승했다. 200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LG가 3승 2패로, 정규리그 2위였던 KIA를 끌어내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당시 LG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가을야구 통산전적은 10승 1무 4패로 KIA의 우세였다. 시리즈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KIA가 앞섰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14년 만의 가을야구 맞대결이었다.
전통의 인기 팀들답게 잠실구장 2만5000석은 모두 매진됐다. 지난해 도입해 2년째 시행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관중석 매진은 처음이다. 두 팀 관중은 정확하게 반으로 갈려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1루 내야석부터 오른쪽 외야석까지 가득 채운 LG 관중들은 유광잠바를 입고 ‘무적 LG’를 적은 팻말을 흔들었다. 3루 내야석부터 왼쪽 외야까지는 KIA의 노란색 응원봉이 물결쳤다.
KIA 김기태 감독은 가을야구를 1경기로 끝낼 수 있는 벼랑 끝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김선빈과 브렛 필로 테이블세터와 김주찬-나지완-이범호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했다. 마운드에는 정규리그 31경기에서 15승 5패 평균자책점 3.40을 작성한 에이스 헥터를 세웠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LG 양상문 감독 역시 평소와 같은 타순으로 응수했다.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3회까지 LG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에게 압도당해 단 한 개의 안타도 빼앗지 못한 KIA의 타선은 4회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필의 중전 1루타, 나지완의 우전 1루타로 만든 2사 2, 3루 기회에서 안치홍의 내야 땅볼성 타구는 LG 유격수 오지환의 몸을 맞고 튀었다. 오지환의 실책으로 필과 나지완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반면 KIA의 수비 집중력은 좋았다. 유격수 김선빈은 4회말 1사 1루에서 중견수 앞으로 빠질 뻔했던 채은성의 타구를 다이빙으로 저지해 병살타로 연결했다.
필과 김주찬, 나지환은 연달아 추가점을 합작했다. 6회에 다시 선두타자로 나선 필은 우전 2루타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필은 후속타자 김주찬의 희생플라이 때 3루로 진루한 뒤 나지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김주찬은 8회초 2사 2루 때 우전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LG는 8회말 유강남의 적시타와 KIA의 바뀐 투수 고효준의 폭투 때 3루 주자 황목치승이 홈을 밟아 뒤늦게 2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힘이 부족했다.
KIA 선발 헥터는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LG 허프는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으면서 호투했지만 수비진의 실책으로 4피안타 4실점하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KIA는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양현종을, LG는 류제국을 선발로 마운드에 올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