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터치 49] “선한 사마리아인 맞죠?” 쿨하게 도와주고 사라진 남성

입력 2016-10-11 00:01 수정 2016-10-11 00:01
페이스북 Love Whar Matters

도무지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훈훈한 이야기가 많은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7일 페이스북 매체 '격'은 한 이름 모를 선한 사마리아인의 선행을 전했습니다.

 며칠 전, 호주 앨버리에 사는 트럭운전사 타이슨 크롤리(30)는 주유을 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계산하려는 순간, 난감한 문제에 부닥쳤습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오늘 제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글을 읽으시고, 사진도 보시고, 이 게시물을 공유해주세요… 일반적으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경험들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보곤 했는데요. 오늘 저에게도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제 게시물을 공유해, 배려와 나눔의 가치를 널리 퍼뜨려주세요.

 오전 6시 20분, 주유소에서 트럭과 석유통을 각각 디젤과 휘발유로 채운 저는, 옆 가게로 가서 아이스커피를 두어 잔 마시고 나서 계산대 앞에 줄을 섰습니다. 제 앞에 서 계셨던 '진짜 커피'를 산 남자분은 계산을 마치고 나가셨어요.

 어젯밤, 제가 가진 돈 전부를 새로운 은행 계좌에 이체했습니다. 계산할 차례가 온 뒤 새 계좌의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계좌에 연동된 카드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았어요. 휴대전화 은행 앱으로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려고도 해봤지만, 실패했습니다. 제 애완견은 마구 짖어대고, 빨리 다시 일하러 돌아가야 했는데. 당황했죠.

 아까 제 앞에서 커피값을 냈던 남자분이 돌아와 제게 돈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전 고개를 저으며 카드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괜찮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저를 지나쳐, 남자분은 다시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잠시 후 상황을 파악한 저는 "아니요! 그러지 마세요. 돈은 있는데 비밀번호를 기억 못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계산대 직원도 저만큼 깜짝 놀란 듯 보였습니다. 그분은 점잖게 "이곳은 자유가 있는 나라예요. 형제를 도울 자유도 있지 않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황한 직원은 "그래도 저 남자분(저)의 허락 없이 계산할 순 없다"고 말했죠.

페이스북 Love Whar Matters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금액은 모두 합해서 110달러(약 12만원)나 됐습니다! 모르는 남에게 쉽게 쓸 수 있는 금액이 아니죠. 계속해서 그는 괜찮다며 저를 설득했고, 달리 방법이 없었던 저는 매우 감사해 하며 호의를 받아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발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제가 즉시 송금해드릴게요. 번호 적어주시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직원은 남자에게 영수증과 펜을 건넸고, 남자는 종이 뒤에 뭔가를 적은 뒤 반으로 접어 저에게 건넸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사진이라도 같이 찍자고 부탁했고, 그분은 흔쾌히 응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좋은 하루 보내라는 말과 함께 그분은 자리를 떴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직원은 이런 일이 흔치 않다고 말했죠. 제가 엄청 놀랐다고 하자, 그녀는 "당신의 행운의 날"이라며 웃어주었습니다.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그분은 떠나고 없었습니다. 이름과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받았던 영수증을 펼쳐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세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