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도발은 없었다. 북한은 특이 동향을 보이지 않은 채 노동당 창건 71주년 기념일(쌍십절)을 조용히 보냈다. 지난달 5차 핵실험으로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도발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당 창건일) 71주년 기념 동향에는 특별한 게 없다”면서 “정주년(0 또는 5로 꺾어지는 해) 때는 열병식도 있고 중앙보고대회도 있고 한데, 올해는 통상적 수준의 행사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 창건 70주년이었던 지난해 북한은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초청,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엔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기념사설을 실었을 뿐 열병식 등 행사는 따로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미 5차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또다시 강한 충격을 주는 건 북·중 관계 등 여러 후폭풍을 고려했을 때 부담이 컸을 것”이라면서 “당 창건 기념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핵실험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함경북도 지역에 내린 폭우 또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복구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도발은 내부 결속용으로도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쌍십절 도발이 없었다고 해서 추가 도발 우려가 준 것은 아니다. 핵·미사일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 시험 필요성이 생기거나 국제 정세를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바꿔놓고자 북한은 언제든 도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다음달 초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후 또는 늦어도 내년 초 새 행정부 출범 시기에 맞춰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자 핵실험이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음을 확인시키고 미국 여론을 ‘대북 협상론’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은) 핵실험을 언제든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결심의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전략·전술적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