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71)씨가 10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526호 법정에 나타났다. 조씨는 ‘트레이드마크’인 옅은 선글라스를 쓴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연예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사기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씨 측은 “사기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조씨는 화가 송모씨 등 2명이 그려준 그림 20여점을 10여명에게 판매해 1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씨 측 변호인은 “검찰은 ‘작가가 그림을 100% 본인이 그렸다고 구매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의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그림을 갤러리에서 사는 사람에게 어떻게 일일이 고지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그림 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정치인 자서전은 대필 작가가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정치인도 ‘이건 내가 쓴 게 아니라 대필 작가가 썼다’고 (구매자에게) 일일이 알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조씨 측은 ‘덧칠’이란 표현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화가 송씨가 그림 90%를 대신 그려줬다. 조씨는 경미한 덧칠만 했다’고 하는데 작품의 모든 아이디어는 조씨가 낸 겁니다. 저희는 마지막에 (그림에) 칠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덧칠이 왜 경미한 건지, 아무런 구체적 증거가 없습니다”
재판부는 11월 21일 한 차례 더 재판을 열고 관련 증거를 조사하기로 했다. 조씨는 법정을 나서며 "제가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재판을 받으면서도) 마음이 편했다"며 "사기를 쳤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언론과 인터뷰할 때 ‘외국에선 조수를 쓰는 게 관례’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조수 없이 묵묵히 창작 활동하는 다른 화가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본의가 아닙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