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유망주 없는 텍사스, 가을도 없다

입력 2016-10-10 14:25
존 다니엘스 텍사스 레인저스 단장. MLB닷컴 영상 캡처

텍사스 레인저스가 2년 연속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발목을 잡혀 가을야구를 일찍 마쳤다. 유망주를 내주며 거액을 써가며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불러들였던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의 영입 정책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텍사스 베테랑들은 갖가지 이유로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내지 못했고, 올해도 가을야구에서 크게 변한 건 없었다.

 텍사스는 10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3차전에서 연장 10회말 6대 7로 졌다. 1, 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스윕을 당해 올 시즌 가을야구를 허무하게 마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토론토와의 악연도 끊어내지 못했다.

 텍사스 선발투수들은 시리즈 내내 부진했다. 콜 해멀스, 다르빗슈 유에 이어 베테랑 콜비 루이스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3경기 연속 토론토 타선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텍사스는 2014년 리그 최하위(67승95패)의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에는 필라델피아에 유망주 6명을 내주고 해멀스와 제이크 디크먼을 데려왔다. 해멀스 영입은 몇 년째 약점으로 지적된 선발진 보강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정장 중요한 순간에는 힘을 내지 못했다. 시리즈 1차전부터 1대 10으로 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다니엘스 단장의 적극적인 선수 영입은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 다르빗슈 유(2012시즌) 프린스 필더(2013시즌) 추신수(2014시즌) 등이 대표적이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복귀한 다르빗슈는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차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5실점을 기록하고 교체됐다. 무려 4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텍사스의 추신수와 필더 영입에 대한 미국 현지 언론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추신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아쉬운 행보를 보였다. 올 시즌 48경기에 나서 178타수 43안타 타율 0.242 7홈런 17타점 27득점에 그쳤다. 최악의 시즌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가 매년 2000만 달러를 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결코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다. 

 추신수는 왼팔 골절상을 이겨내고 시즌 막판 극적으로 팀에 합류했다. ALDS 1차전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3타수 무안타 2삼진 1타점의 성적만 남긴 채 팀 패배를 지켜봐야했다. 2,3차전에서는 아예 선발로 나서지 못해 명예회복 기회도 얻지 못했다.

 필더는 올 시즌 중반 목 디스크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2020년까지 매년 1800만 달러의 고액의 연봉을 받기로 했었다. 2011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올 때도 그의 몸값과 가치에 대해 의문점이 있었다.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30대를 넘어선 고액 연봉자를 굳이 데려와야 하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거포 위용을 뽐냈던 그의 홈런 개수는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었고, 떨어지는 수비력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시점이었다. 필더는 부상 이후 60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있었다. 전력에 보탬 없이 선수 신분만 유지한 셈이다. 

 필더의 잔여 연봉은 9600만 달러나 된다. 전 소속 구단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텍사스가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한다. 부상 때문에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지만 필더 역시 ‘먹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마지막엔 결국 텍사스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거나 다름없다.

 올해는 조나단 루크로이, 제레미 제프리스, 카를로스 벨트란 등을 영입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 각 포지션의 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만한 선수들은 많았다. 선수 개개인의 경력과 프로필도 화려했다. 그런데 정작 텍사스가 직접 키워낸 유망주 중에서 제대로 쓸만한 선수는 몇 없었다. 무조건 사들인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또 한 번 증명한 셈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