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던 몽골 제국 징기즈칸 가계 계보의 비밀이 풀렸다.
2004년 몽골 동부의 타반 톨고이 지역에서 발견된 5체의 고인골(유골)은 12~13세기 칭기즈칸의 생존 전후 황족(황금씨족)의 일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칭기즈칸의 부계는 기존 알려진 것처럼 동북아시아가 아니라 서양인과 같은 조상일 가능성도 처음으로 제기됐다.
징기즈칸 부계의 기원과 800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몽골 여왕’의 비밀이 풀리는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된 것이다.
중앙대 생명과학과(문화재과학과 겸직) 이광호 교수는 몽골에서 발견된 5체(남성 3체, 여성 2체) 고인골의 고고인류학적, 미토콘드리아DNA 분석 등을 통해 12~13세기 몽골시대 황족(황금씨족)의 일원일 가능성을 역사상 처음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이 교수는 몽골국립대학 고고인류학과 투멘 교수와 5~6년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고인골이 발견된 타반 톨고이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65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2004년 총 7체의 고인골이 발굴됐다.
이 가운데 무덤 양시과 내부구조, 부장품의 양과 질 등을 고려할 때 5체 모두 12~13세기 칭기즈칸 생존 전후 시기의 몽골 황족일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발굴된 고인골에 대한 두개골, 치아, 대퇴골, 골반골 등 체질인류학적 분석 결과, 사망 연령은 4체는 20대, 1체는 40~50대로 추정됐다. 신장은 남성은 168.9cm, 78.1kg, 여성은 165.6cm, 68.1kg 정도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평균 신장보다 약 10cm 이상 컸다.
미토콘드리아 및 Y염색체 DNA 염기서열 분석결과, 5체의 고인골들은 칭기즈칸 생존 당시 직계 자존 또는 이들과 옹구드(혹은 옹기라트 가문) 가문 사이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자손이며 형재-자매 또는 모자 관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모계는 동아사이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유전자형(D4), 부계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에 주로 분포하는 유전자형(R1b-M343)으로 코카서스 인종과 몽골로이드 인종간의 혼합된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더욱이 타반 톨고이 황금씨족들과 동일한 Y 염색체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거 칭기즈칸의 아들과 손자들이 지배했던 원나라, 황금제국, 카가타이 칸국의 영토였던 현재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