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5일 동안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의 총회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고개(峴)위에 세워진 시대를 밝히는 충성된(忠) 등불’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교회 예배당에는 1500여 명의 목사와 장로들이 운집했습니다.
개회 예배에서는 지나 온 “100회기의 역사 위에 새로운 신앙의 토대를 함께 세워나가자”는 메시지가 선포됐습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성찬예식도 진행했습니다. 고딕양식으로 건축된 아름다운 예배당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나누는 총대들의 모습은 미술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성찬식을 마친 예배당 앞은 총회로부터 징계를 받아 총대권을 박탈당한 이들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질서유지 봉사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격투기장으로 돌변했습니다. 회의장 내에서는 “○○노회를 살려내라!” “○○○ 목사 물러나라!” “불법이다!” 등 고성이 뒤엉켰습니다. 강단 좌측에 걸려있던 성경말씀 배너가 물끄러미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갈라디아서 2장 27절 말씀이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혼란 속에 개회된 총회에서는 몇몇 총대들의 발언 독점이 이어졌습니다. 총대 1500여명이 모인 현장에 발언대는 단 1개. 중형교단들의 총회 현장에도 발언 기회의 평등을 위해 회의장 곳곳에 발언대를 마련하는 모습이 보편화됐지만 소위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예장합동 총회 현장엔 오직 하나의 발언대만 외롭게 총대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좌석이 회의장 뒤편으로 배정된 총대들은 발언을 위해 80여m를 걸어 나와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발언대 앞에 서기 전에 해당 안건이 결의되면 ‘이미 지나간 사안’이란 이유로 발언 기회를 묵살당하기도 했습니다. 한 총대는 “총회가 너무 비대해져 며칠 동안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는 총대들이 대다수지만 올해도 ‘총대 수를 줄이자’는 안건은 또 묵살됐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발언이 진행되는 도중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총회장에 입장하지 못해 예배당 2층에서 참관하던 한 목회자는 발언자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 질서유지 요원들에게 제재를 받자 “뛰어 내리겠다”며 자해소동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총회장 밖은 수십 명의 피켓 시위대로 둘러 싸였습니다. 저마다 교단 내 노회 및 개교회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억울함만큼이나 총회가 열린 교회의 출석성도들이 느끼는 걱정과 안타까움도 적지 않아보였습니다.
현장에서 봉사하던 한 성도는 “교단의 큰 행사인 총회가 우리 교회에서 진행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매일 피켓을 든 사람들이 교회 앞에 진을 치고 있다보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회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을지, 그 때문에 교회가 복음을 전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또 다른 성도는 “총회 기간동안 시위대가 있던 자리에 찬양단이나 은혜로운 퍼포먼스 팀들이 대신한다면 한국교회의 이미지도 더 좋아질 텐데 아쉽다”며 애써 웃어보였습니다.
‘총회의 격(格)’은 ‘양(量)’이 아니라 ‘질(質)’에 달려있습니다. 매년 ‘성(聖)총회’를 강조하며 개회하는 한국교회의 총회가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 사회와 국가를 향해 바른 목소리를 내고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